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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8(일)

문화 Inside

고민 털어놓는 방송, 왜 TV는 마음에 욕심을 내는가?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TV는 한때 가족들의 정서 소통을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했다. 가족들이 도란도란 이야기할 저녁 시간에 아이들이 TV에 빠져 있으면 부모님은 전원을 꺼버렸다. 저 요물단지 때문에 가족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볼 수도 없다고. 하지만 지금은 거실의 TV 앞에 가족들이 모여 앉을 이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원 생활로 밤늦게나 들어오고, 집에 온 뒤에도 자기 방의 컴퓨터로 게임을 한다.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각자 보면 된다. 드라마를 볼까 뉴스를 볼까, 딸과 아버지가 툭탁거리던 과거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질 정도다. 


▲ 자연속에서 초대손님들의 진심을 이끌어낸 프로그램 <힐링캠프>


그런데 요즘의 TV는 또다른 방법으로 가족들의 마음 속으로 다가가고자 한다. 평소 서로의 얼굴을 보고는 쉽게 하지 못할 말을 대신 전해주기도 하고, 묻어두었던 고민의 해결책을 함께 궁리하게도 만든다. <힐링 캠프>의 자연 속의 고백, <톡투유>의 토크 콘서트, <안녕하세요> <동상이몽>의 고민 상담 등 그 스타일은 다양하다. 허나 TV가 점점 더 시청자의 정서적 고민을 적극적으로 건드리며, 마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려 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고민 털어놓는 방송’은 2010년대 이후 급속히 늘어났다. 그리고 최근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는 듯하다. 


“조금 쉬어가도 좋아요. 둘러가도 괜찮아요.” 혹독한 삶의 전쟁 속에 누구나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몸만이 아니라 정신이 탈진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럴 때는 종교인 철학자 심리 상담가를 찾아간다. 사회적으로 성공했거나 똑똑하다고 자부해온 사람들은 더 큰 심리적  부담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모와 자식, 남자와 여자, 직장내 관계 등 정서적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도보 여행을 하거나, 숲속에서 피톤치트의 힘을 빌거나, 조용한 산사를 찾아 템플스테이를 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TV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의 흐름을 외면하지 않았다. 2011년에 시작된 SBS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방송가에 ’마음’ ‘심리’ ‘힐링’이라는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들여왔다. 그 이전의 토크쇼에서도 연예인과 유명인을 데려와 마음 속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하는 콘셉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힐링캠프>는 MBC의 <무릎팍도사>처럼 호통과 직설로 출연자의 정곡을 찌르는 방식과는 사뭇 달랐다. 산이나 숲과 같은 자연 속을 무대로 삼아 출연자를 초대했고, MC가 직접 출연자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하거나 출연자가 좋아하는 소울푸드를 대접하는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했다. 시청자들 역시 그들과 함께 마음의 피로를 푸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허나 ‘힐링’이라는 말 자체의 퇴조와 더불어 <힐링캠프>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늘어났다. 진정한 문제를 덮어둔 상태에서 ‘괜찮다 괜찮다’며 덮어두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힐링캠프>에는 유명 연예인, 예술가, 스포츠인, 거기에 대통령 후보들까지 줄줄이 등장했다. 그래서 본인의 솔직한 내면을 보여주며 공감을 얻기도 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과오를 자기 입장에서만 변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자칫하면 이것이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장치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화제가 되는 벤처 사업가까지 등장했는데, <무릎팍도사> 때처럼 홍보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도 없지 않았다. 


어쨌든 <힐링캠프>는 큰 인기를 모았고,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여럿 등장하기도 했다. 허나 비슷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서로의 발목을 잡기도 했다. 차인표가 진행했던 SBS <땡큐>는 자연 속에서 게스트 여러 명이 등장해서 대화를 한다는 방식이었는데, 초반의 특집이 반짝 인기를 얻었지만 정규 편성은 1년을 이어가지 못하고 종영했다. <힐링캠프> 역시 몇 번의 포맷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힘을 잃어 올해 2월 종영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마음을 다루는 프로그램의 어떤 단계가 지나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힐링캠프>는 실제로 숲 속이나 호숫가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상처를 회복하기 위한 캠프에서 기원했다. 반대로 <힐링캠프>를 통해 유사한 캠프 프로그램들이 널리 보급되기도 했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하게 된 것이 토크 콘서트다. 2010년 경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토크 콘서트는 강연, 노래 공연, 그리고 멘토와의 대화 등이 함께 하는 형식이다. 인문학, 사회, 정치 등의 내용도 있지만, 많은 경우 관람객들이 가진 고민을 공개적으로 상담받는 기회가 되었다. 그래서 점차 정신과 의사, 심리 전문가들이 연사나 패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토크 콘서트의 MC로 큰 인기를 모은 것이 김제동인데 <힐링캠프>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을 결합시키다가 2015년 Jtbc에서 <김제동의 톡투유>를 시작한다. 


▲고민상담 강연 프로그램 <톡투유>


<톡투유>는 대규모의 강연장에 참가한 일반인과 전문가들의 대화를 주된 형식으로 삼는다.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주부,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이 자신이 가진 문제를 상담하는데,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에 맞게 대답을 전해준다. 특히 심리 분야에서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아직 개인이 정신과를 찾아가는 것에 대한 터부가 강하다. 그런데 모두가 겪는 문제를 토크 콘서트의 형식으로 풀어주니까, 보다 쉽게 마음을 열고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에 깊이 들어가지는 못한다. 고민의 해부와 직접적 해결보다는 ‘공감’에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그외 여러 토크 프로그램들도 고민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SBS의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서도 고민 상담소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고, Jtbc <마녀사냥>에서는 연애 문제로 고민하는 시청자 사연을 받아 그린라이트냐 아니냐를 논하기도 했고, tvN의 <고교 10대 천왕>에서는 청소년들의 고민을 함께 토론하기도 했다. 


KBS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2010년에 시작된 독특한 고민 상담 예능으로 지금까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기본적인 구성은 특이한 고민을 가진 상담자가 그 고민을 만들어내는 사람과 함께 출연해 각자의 의견을 피력하고, 연예인 패널과 방청객들이 함께 판단을 해보자는 것이다.“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상황극을 하는 친구가 있다”“조폭 같은 외모 때문에 오해를 산다”등의 가벼운 고민에서부터 가정 내의 심각한 불화나 정신적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문제까지 소개한다.  


SBS에서 2015년부터 시작한 <동상이몽 괜찮아괜찮아>도 유사한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좀더 현대적인 예능감으로 포장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상담 의뢰자의 생활 공간에 CCTV를 설치해 문제적 상황을 직접 관찰하게 하는 장치를 활용한다는 점이 색다르다. <안녕하세요>보다는 다루는 고민의 폭을 좁혀 놓은 듯하다. 주로 청소년과 부모 세대의 문제를 주로 다루면서, 소통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가정에서 쉽게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 혹은 말을 하더라도 중재자가 없어 싸움으로 그치는 상황들을 TV로 끌어들이고 있다. 엄마와 말도 나누지 않는 작은 딸, 가수가 되고 싶었던 딸과 반대하는 부모, 성형중독이 의심되는 자녀 등…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하는 가족 간의 문제를 TV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서 딜레마가 있는데, 가벼운 고민의 경우에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착한 힐링 프로그램과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가기 쉽다. 예능으로서의 재미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서로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그 정도가 과한 고민의 경우에는 과연 TV 속에서 웃으면서 마무리되어도 좋은지 의문을 가지게 한다. 


▲ 온 가족 고민상담 프로그램 <동상이몽>


특히 후자의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동상이몽>의 경우는 살찐 딸에게 인신공격을 하는 엄마, 딸에게 애정 표현을 한다고 지나친 스킨십을 일삼는 아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어 자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안녕하세요>의 경우에는 ‘남편은 왕’이라는 고루한 관념에 사로잡혀 10년 째 아내를 혹사시키고 있는 경우 등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케이스들도 ‘고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방송국이 아니라, 병원이나 경찰서나 이혼 법정을 찾아가야 할 정도의 수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전문가가 아닌 연예인 패널들이 가볍게 다루어서는 곤란하다.  


최근 들어 고민 상담과 관련된 프로그램이나 코너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가족, 친지, 친구 등이 고민 상담의 창구였다. 그런데 요즘은 독립 가구가 다수를 이루고, 그 사람들도 준거 집단이 없어 고민을 털어놓을 상대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족이 고민의 해결자가 아니라 오히려 고민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TV가 이들이 말을 터놓을 창구로 스스로를 열어놓은 것은 매우 긍정적인 역할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너무 어려운 문제를 예능적으로 풀어내려고만 한다면 곤란하다. 그게 별 것 아닌 문제라는 식으로 덮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적절한 개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그러면서 예능적 재미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KOFICE

성명 : 이명석

약력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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