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패럴림픽의 탁구 경기를 생방송으로 볼 방법이 없을까? 나영석 PD가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공개한다는데 어느 방송국에서 하는거지? <불타는 청춘>의 강수지와 김국진이 열애설에 대해 털어 놓는다는데, 어디에 가면 볼 수 있을까? 걸그룹 아이비아이가 앨범 발매를 앞두고 라이브 방송을 한다는데,어떻게 보면 되는 걸까? 거실에 있는 TV 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소용없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채널 편성표를 뒤져보아도 마찬가지다. 답은 다른 곳에 있다.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켜면 된다. 인터넷과 모바일 앱으로만 볼 수 있는 방송이다.
<사진 : SBS <불타는 청춘> / sbs.co.kr>
한때 인터넷 TV라고 하면 아프리카 TV, 다음 TV 팟 등의 개인 방송을 떠올리는 게 당연했다. 뭔가 특이하기는 한데 아마추어적이고 아슬아슬한 내용들이 많았다. 높은 연령층, 보수적인 취향, 질 높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별다른 관심거리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지명도 높은 출연진이 전문적인 인력들과 함께 만드는 질 높은 인터넷 방송이 크게 늘어났다.
최고의 예능 창작자로 일컬어지는 나영석 PD는 웹 예능 <신서유기>의 시즌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아이돌 그룹들은 신곡 발매를 앞두고 V앱과 같은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가고 있다. 여행, 드라마, 예능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인터넷으로 먼저 선보이고, 그 반응에 따라 케이블이나 종편에서 방영하는 형태도 일반화되고 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KBS 2 <어서옵SHOW>등 지상파 방송에서 인터넷 방송을 병행하는 방식도 적지 않아졌다. 웹과 모바일 방송은 전통적인 TV 환경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진 : 아이비아이 멜론 아지톡 라이브원> / melon.com>
인터넷 라디오, 그러니까 듣는 인터넷 방송은 이미 20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의 글에 녹음 파일 같은 걸 끼어넣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2004년부터 팟캐스트 방송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미리 녹음하고 편집한 오디오 방송을 mp3 같은 형태로 전송받아 청취하도록 했는데, 장거리의 자동차 이동이 잦은 미국에서 먼저 인기를 모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2011년부터 정치적 국면과 결합되어 본격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현재는 인문학 강의, 연애 상담, 직업 소개, 정치 토크 쇼 등 다양한 형태의 팟캐스트가 의미 있는 청취 인구를 만들고 있다.
영상까지 결합한 인터넷 방송은 2005년 경부터 본격화된다. 당시 페이팔의 직원들이 파티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이메일이 아니라 웹으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유튜브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머지 않아 UCC라는 용어가 널리 퍼지면서 트렌드의 중심이 되었다. 일반인들이 직접 애완동물, 학교 공연, 금연 캠페인, 홍수의 현장 같은 걸 찍어 인터넷에 공유해나갔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출퇴근 시간에 5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보는 방식의 효용성이 커졌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했다.
이어 아프리카 TV, 다음 TV 팟 등이 BJ(방송 진행자)들이 실시간으로 방송을 만들어가면서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초기에는 BJ들이 시청자들과 함께 스포츠나 게임 중계를 보면서 해설을 전하고 채팅 창으로 수다를 떠는 형태가 많았다. 그러다가 먹방이 큰 인기를 모았고, 다양한 강의,코미디, 토크쇼 등으로 장르를 넓혀가고 있다. 시청자들과 채팅 창을 통해 소통하는 방식은 상당한 열성 팬을 끌어들었고, ‘별풍선’ 같은 형태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개발되었다.
2016년 4월, SBS
인터넷 방송의 기술적 장애는 상당 부분 사라졌다. 고화질 동영상의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해졌고, 길거리에서 액션 캠을 사용하며 라이브 방송을 하는 등 기존의 방송보다 혁신적인 장치의 적용도 가능하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 만큼의 채널 지명도는 얻을 수 없지만, 반대로 노출할 수 있는 채널의 확보는 무한대에 가깝다. 네이버 등 포털과 결합한 서비스, 유튜브 조회수를 통한 광고 수익 등 상업적 장치도 확보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프로페셔널한 방송 제작진이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 인터넷으로 직접 방영하는 방식을 검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가장 상징적인 시도는 <신서유기>였다고 본다. 방송가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PD 나영석이 강호동, 이승기, 은지원, 이수근 등의 스타들과 함께 인터넷 예능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네이버 TV 캐스트와 중국 QQ를 통해 기대 이상의 조회수를 얻어냈고 성공적으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제작진과 업계에서는 수익 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긴 한다. 지난 6월 미래창조과학부와의 ‘정책 해우소’ 행사에서 조대현 CJ E&M 미디어콘텐츠사업본부장은 말했다. “조회수 5,700만에도 불구하고 유료 시청자의 부족으로 결국 적자를 봤다.”김혁 콘텐츠연합플랫폼 이사는 시장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돈을 내고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의 방송 콘텐츠를 시청하는 국내 이용자 수가 300만 명을 넘지 않아 ‘300만의 저주’라고 할 정도로 업계의 수익구조가 열악하다.”분명히 여러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분야의 장기적인 가능성은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본다.
<사진 : 신서유기2-언리미티드 / tvcast.naver.com/cjenm.tvnbros2>
네이버 V앱은 웹과 모바일이라는 환경이 특별히 초점을 맞춰야 할 시청자 군에 집중한다. 모바일 방송을 보는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방송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찾아본다. V앱은 아이돌 전문의 방송으로 이들의 팬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로 신곡을 발표하기 전에 팬들과 소통하고 흥행 분위기를 조성하는 형태로 사용하는데, 특히 음원 발매 직전에 라이브 방송을 해서 순위권 진입을 위한 화력을 만든다. KBS 2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이를 흉내내며 <뮤직뱅크> 데뷔 무대를 5시간 앞주고 인터넷 생방송 '밧데리 충전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국에서도 모바일 방송의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최근 SBS는 모비딕 TV를 런칭하며 공격적인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괴담’의 근거지를 찾아가는
인터넷 방송이 개발한 독특한 포맷을 일반 방송에서 활용하는 현상도 주목해야 한다. 대표적으로는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BJ들이 진행하는 인터넷 개인 방송의 포맷을 가져오면서 유명 진행자와 전문 인력을 동원해 풍성한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진행자가 화면을 직접 바라보고 대화하는 형식, 인터넷 채팅창을 통한 실시간 소통, 길거리를 걷거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방송하는 모바일 생방송 등이 기존의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KBS 2 <어서옵쇼>도 ‘재능 기부 홈쇼핑’이라는 형태이지만,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방송을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다. 그외 여러 예능에서 부분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도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SBS <불타는 청춘>에서는 먼저 인터넷 방송을 경험한 최성국의 제안에 따라 평균연령 48.8세의 멤버들이 인터넷 방송에 도전하기도 했다. 강수지 김국진이 열애설에 대해 털어놓기도 하고, 다른 멤버들이 기타를 치거나 장작 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년 이상에서도 이런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에서 인터넷 방송의 지위가 급상승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6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인구는 3억2500만 명으로 전체 인터넷 인구의 45.8%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BJ에 해당하는 인터넷 방송 스타 ‘왕홍’의 인기와 몸값 역시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3억 인구의 다양한 성향, 낮은 방송 퀄리티에 대한 관용적 태도 등 중국적 특수성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절대 무시하지 못할 현상인 것도 사실이다.
<신서유기> 등 한국의 웹 예능이 중국에 동시 방영되고, K-POP 스타의 라이브 방송이 해외 팬들의 실시간 채팅과 소통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방송 환경에서 국경의 장애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웹과 모바일 방송이 여러모로 정통 TV의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당장 몇 년 안에 지상파나 케이블을 위협할 프로그램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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