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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side

아재 예능은 계속된다. 세대 공감과 남성 판타지 사이(2016.09.23)

긴 추석 연휴가 지났다. 일반인들에겐 모처럼의 여유로운 휴일이었겠지만 방송가에서는 살벌한 전쟁의 시간이었다. ‘추석 특집’을 타이틀로 달고 나온 예능 파일럿들은 치열하게 시청률 경쟁을 벌이며 정규 편성의 끈을 잡으려 했다. KBS 2TV의 <노래싸움-승부> <붐샤카라카>가 새로운 음악과 춤 예능으로 관심을 끌었고, SBS의 <노래 부르는 스타-부르스타>는 신비주의의 대명사인 배우 이영애를 출연시켜 <힐링캠프> <삼시세끼> <택시>가 섞인 듯한 복합 예능을 선보였다. MBC의 <상상 극장 - 우리를 설레게 하는 리플>, SBS의 <드라마게임-씬 스틸러>  등 연기를 테마로 한 프로그램들도 하나의 경향을 형성했다.


▲ KBS 2 <헬로 프렌즈 - 친구추가> / kbs.co.kr


전반적으로 먹방, 쿡방은 퇴조했다. <아이돌 요리왕> 정도가 얼굴을 내밀었다. 상반기까지 크게 확장되었던 음악 예능도 주춤하는 느낌이었다. 주제 면에서는 연기, 댄스, 복고, 마술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번져나갔다. 그런데 출연자 군단에는 어떤 경향성이 분명히 보였다. 그 주축은 ‘아재’와 걸그룹이라는 두 세력이었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40대 남성 MC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김구라와 차태현이 주도하는 KBS 2 <구라차차 타임슬립-새소년>은 1983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는 등 아재 취향이 분명했다. MBC의 <톡 쏘는 사이>에서는 박수홍, 남희석, 김수용 등 40대 남성들이 모인 ‘충청도 팀’이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KBS 2 <헬로 프렌즈 - 친구 추가>는 아재 MC들이 다수의 걸그룹 아이돌들과 어울리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예능 전반의 진용을 둘러보면 이러한 경향이 더욱 도드라진다. 톱 브랜드인 <무한도전> <라디오스타>는 40대 전후의 남성 출연자 군단이 이끌고 있고, 조금 연령층이 낮은 출연자도 함께 하는 <1박2일> <어서옵쇼> <꽃놀이패>도 기본적으로 ‘아재 정서’다. 백종원 등 남성 셰프들이 중심이 되는 쿡방 -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 이나 차승원, 이해진, 유해진 등이 활약하고 있는 <삼시 세끼> 시리즈에서도 이런 경향이 분명히 드러난다. 최근 1년 사이에도 JTBC <아는 형님>, SBS <다시 쓰는 육아 일기! 미운 우리 새끼> <손 맛 토크쇼, 베테랑> 등 40대 남성 MC들이 주축이 되는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방송이 주도하는 ‘아재 신드롬’은 사회 전반에도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싱거운 말장난 일색인 ‘아재 개그’가 유행하고 있고, 수수하고 털털한 ‘아재미’에 박수를 보내고, 멋진 중년을 두고 ‘아재 파탈’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아재’들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예능 속의 ‘아재’캐릭터는 모든 세대들의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는 걸까?


 ‘아재’는 원래 경상도에서 ‘아저씨’의 낮춤말로 쓰던 말이다. 남자 어른 친척 중에서 아버지보다 어린 사람이거나 미혼일 경우 이런 호칭으로 부른다. 대중문화에서 아재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은 ‘아재 개그’의 유행이 컸다. 주로 말장난을 이용한 어이없는 유머를 ‘아재 개그’라고 한다.  <개그콘서트>에서 박영진이 연기하는 ‘아재씨’라는 코너가 그 전형을 잘 보여준다. 박영진은 늘어진 런닝 셔츠를 입은 후줄근한 모습으로 나와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에서 회를 가장 잘 뜨는 곳이 어딘지 알아?” “회전문이야.” 관객들은 어이 없어 한다. 그런데 박영진은 혼자서 깔깔 웃는다. 예전에는 ‘부장님 개그’라고 부르던 것이 ‘아재 개그’로 이름을 바꾸어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 KBS 2 <개그 콘서트 - 아재씨> / kbs.co.kr


웃음은 간극의 예술이다. 때론 너무 어이 없는 상황이 뜻밖의 실소를 만들어낸다. 웃기지 않은 걸로 웃기려고 하는 모습 자체가 웃긴 것이다. 이런 시대 착오의 말장난 개그를 젊은 세대, 특히 여성이 할 때는 더 큰 재미를 만들어낸다. 걸그룹 라붐의 솔빈이 <해피투게더> <아는 형님> 같은 프로그램에서 아재 개그를 터뜨려 큰 재미를 만들어냈고, 추석 특집 <헬로 프렌즈>에서는 아예 출연한 걸그룹들이 아재 개그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드라마 예능 등에서 멋진 중년 남성 캐릭터들이 인기를 모으며 ‘아재 파탈’이라는 말도 유행하고 있다. 아재 파탈은 팜므 파탈에서 나온 말로,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중년 남성을 칭하는 말이다. 이정재, 정우성 같은 꽃중년과는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한다. 배우 조진웅, 마동석처럼 어딘가 무뚝뚝하면서도 구수하고 소탈한 면이 있어야 한다.


방송에서의 대표적인 아재 파탈은 <삼시세끼> 시리즈의 차승원을 들 수 있겠다. 그의 외모는 여전히 준수하지만 성격이 아주 소탈하여 ‘차줌마’ 소리도 듣는다. 같이 나온 유해진도 아재의 느낌이 강한데, 둘이서 ‘조기는 축구할 때 먹어야지’ 같은 아재 개그를 주고 받는다. ‘중년 탐정’ 김상중도 아재 파탈의 대표자로 꼽힌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무뚝뚝하고 천편일률적인 말투를 광고나 코미디 등에서 패러디하면서 부드럽고 푸근한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다. 


안정환, 이서진은 한때는 꽃미남으로 이름을 떨쳤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동네 예체능> <삼시 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등을 통해 수수하고 편안한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의 날카로운 이미지라면 현재의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예능을 해도 너무 열심히 하지 않고 만사를 귀찮아하는데, 이런 캐릭터도 실제의 허당기 넘치는 아재들과 겹쳐진다.


이렇게 아재들이 보여주는 수더분한 매력을 ‘아재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년 남성들만이 아니라, 젊은 아이돌들도 ‘아재미’로 사랑을 받기도 한다. <어서옵쇼>의 생방 요정으로 나오는 김세정은 신인 걸그룹 멤버답게 깜찍한 애교와 추임새를 많이 넣는다. 그러나 긴장이 풀어지면 허스키한 목소리로 사투리 섞인 걸죽한 말을 뱉어낸다. 남자 아이돌 중에는 방탄소년단의 슈가, 엑소의 수호 등이 잘생긴 외모 뒤에서 툭툭 던지는 아재미로 사랑받고 있다.


‘아재 예능’이 유행하고 있는 원인은 뭘까? 무엇보다 현재 예능을 이끌어가고 있는 MC 군단이 40대 남성 일색이라는 데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김제동 등 2천년대 초반부터 MC로 두각을 나타내던 이들이 지금은 40대가 되어 여러 쇼를 이끌고 있다. 김구라, 박명수, 이상민, 탁재훈 등 예능인 출신 메인 MC들도 40대가 대부분이다. 아나운서 출신의 뉴페이스 MC 였던 김성주, 전현무도 이제 40대가 되었고, 서장훈, 안정환 등 스포츠 스타 출신의 예능인들도 비슷한 연령대다. <무한도전 - 토토가> 이후 복고 정서에 기대는 예능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윤정수, 김건모, 박준형, 구본승 등 이른바 ‘냉동’ 예능인들도 아재 콘셉트로 이런저런 쇼에 기용되고 있다.


나영석, 김태호 PD 등 핵심 제작진들도 40대 남성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이 예능을 주도해서 만들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세대를 중심으로 아재 감각에 기반한 쇼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출산율이 점차 떨어지는 상황에서 시청자 층의 세대별 불균형도 한 몫 하고 있다. 마지막 베이비붐 세대이며 여전히 TV가 중요한 문화생활인 시청자들이 ‘아재 예능’의 동년배들인 것이다.


▲ MBC <톡쏘는 사이> / imbc.com


10년 이상 위세를 떨치고 있는 ‘남자 예능’이 ‘아재 예능’이라는 더욱 좁은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에 저항할 만한 여성 예능은 <언니들의 슬램덩크>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조세호, 양세형, 김희철 등 30대 예능 유망주들이 분명 보이지만, 양도 질도 막강한 선배들의 위세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세대의 ‘아이돌 예능’은 팬덤은 강하지만 지상파까지 흔들 정도의 세대적 유연성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물론 큰 인기를 모으고, 대세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비판을 받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최근 여러 쇼에서 묻어나오는 아재 정서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은 경계해야 한다. 사실 대중문화의 아재 코드는 우리 사회 지배적 세대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년 남성들의 귄위주의나 시대 착오적인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 비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정을 모른 채 본인이 ‘아재’임을 마구 내세운다고 갑자기 ‘아재 파탈’이 되는 건 아니다.


<헬로 프렌즈>는 40대 아재들과 10~20대 걸그룹을 마주 앉혀놓고 아재 개그와 외계어를 주고받게 한다. 이것이 세대 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리고 아름다운 여성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아저씨들의 뻔뻔한 욕망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는 형님>에 걸그룹이 나와서 같은 반 학생이라는 설정으로 30~40대 남성 출연자들과 반말로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은 세대 간의 위계를 허무는 장치다. 그러나 강호동이 데이트 상대가 약속에 늦었다는 연기를 하며, 어린 케이를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한다. 젊은 여성 시청자들은 데이트 폭력에 대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는‘아재’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다. 그러나 진짜 그 ‘아재’에 속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젊은이들과 여성들이 나와 놀아주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허위를 꼬집고 있는지? 현재의 예능에서는 아재 세대의 진짜 부끄러움을 들추고 따지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성명 : 이명석

약력 : 대중문화비평가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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