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이후 학부모들 사이에 바둑명문 특목고인 알파고가 어디냐는 우스개소리가 나올만큼 인공지능 알파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어쩌면 이즈음에서 알파고와 연관짓는 영화후기를 작성하는 것이 어쩌면 뒷북을 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우리에게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도 잘 알려진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1950년에 제안한 튜링 테스트(Turing Test)라는 것이 있다."컴퓨터로부터의 반응을 인간과 구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사고할 수 있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기계가 인간과 얼마나 비슷하게 대화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기계에 지능이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테스트이다. 이미 튜링 테스트를 구현하는 대회가 만들어져 매해 인간에 가까운 컴퓨터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영화 '그녀(Her)'에서 처럼 인공지능 운영체제가 나와 우리와 교감하는 인간적인 대화를 나눌 날이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서두가 길다. 다시 오늘 영화후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공각기동대(Ghost)"로 돌아오면, SF 영화의 또다른 고전으로 1995년에 만들어진 이영화는 동 시대 매니아층에서는 Must-See로 여겨질 정도로 걸작으로 간주된다. "매트릭스", "제 5원소" 등의 모티프가 된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에도 많은 영화에서 여전히 영화속 장면을 일부 차용을 하고 있는 영화이니 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겠다.
줄거리를 위키백과의 힘을 빌고 노력해서 짧게 간추리면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2029년, 사이보그들과 인간들 속에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다. 공각기동대(攻殼機動隊)란 별명이 있는 공안 9과는 수상 직속의 특수 실행 부대로, 전뇌 네트나 공안 관계의 테러 대책 등의 공적으론 불가능한 사건의 감사나 해결을 임무로 한다. 아라마키가 책임자로 있으며, 소속 요원은 바트와 쿠사나기 소령, 토그사 등이다. 이들은 그간 6과를 감시하고 있었다. 공안 6과는 외무성 조약 심의부의 별칭으로 외교상 일어나는 모든 문제나 국제범죄, 테러 등에 대해 정보수집과 감사를 행하는 정보기관인데, '프로젝트 2501'의 기밀 보호 임무도 맡고 있다.
한편, 가벨 공화국은 내란이 끝나고 기존의 군사정권이 실각, 새로운 민주정권이 탄생한 개발도상국으로, 구 정권의 지도자 마레스 대령이 이 나라에 망명 중이다. 이때 '프로젝트 2501'과 관련한 프로그래머를 해외로 빼돌리려는 가벨 공화국 대사를 소령이 암살하고 광학 미채(투명 광학복. 가격이 비싸 9과와 '인형사'를 만들어낸 2과에서만 사용함)를 이용해 경찰의 시선에서 유유히 사라진다.
이 시기엔 얼마 전부터 정체 불명의 해커 '인형사'가 주로 EC권에 출몰하여 네트에 개입, 정보 수집, 정치 공작, 테러, 전뇌 윤리 침해 등 각종 범죄를 일으켰다. 그는 불특정 다수 인간의 고스트를 해킹해서 조종하는 수법 때문에 붙은 코드 네임이 '인형사'다. 9과의 수사 과정에서 쓰레기차 청소부 중 하나가 이혼을 통지한 부인의 마음 알고자 고스트 해킹을 시도하는 게 드러난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의사 체험'이란 가상 현실을 통해 정부 관계자를 고스트 해킹하는데 이용된 것으로 밝혀진다. 어느 해커가 전화기에서 해킹을 하다가 이를 미행한 쿠사나기 일행에게 총격을 가한 뒤 광학 미채를 입고 사라지나, 그보다 더 앞선 능력의 쿠사나기는 쉽게 그를 제압해 체포하는데,,, 결국 동 영화는 인형사와 쿠사나기가 핵심축으로 "의식있는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우리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당연하게 처음 볼 때는 그런 생각 근처에도 가지 못했던 갓 같다.
#의체 : 인공장기, 의족, 의수 등의 생체공학적 기술로 만들어진 신체기관
- '전신 의체화' : 뇌의 일부만 남기고 모두 의체로 대체 > 쿠사나기 소령의 케이스 임
- 의뢰를 가지고 있는 개조인간을 사이보그라 함
#전뇌 : 인간 뇌신경에 마이크로 소자를 설치하여 뇌를 네트워크 컴퓨터처럼 개조하는 것
- 정상인간의 뇌에 마이크로 소자만 설치하는 것도 가능
#고스트 : 혹자는 '인간 뇌의 작용에 의한 총체적인 정신활동'이라고 과학적으로 해석하지만 그냥 간단히 '영혼'이라고 해석하면 될 것 같다.
필자는 해당 영화를 정작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야 보았는데, 보고난 이후의 반응은 "영상미 훌륭하다,, 그런데 걸작이라기엔?..글쎄.."가 솔직한 느낌이었다.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 주위 지인들에게 물어보아도 덕후에 가까운 지인들 말고의 반응이 비슷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먼저는 기술적인 이해이다.'사이보그'라는 개념은 알지만 '네트워크'라는 개념은 당시에 다소 생소했다.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진 것은 1990년대 말이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발전이 이루어졌으니말이다. 같은 인터넷이라고 하더라도 만화영화가 만들어진 90년대와 25년이 지난 현재 느끼는 체감도와는 비교불가할 정도이다. 엄청난 데이터로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그 정도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오늘을 살며, '공각기동대'가 얼마나 시대를 앞섰던 영화인지도 알수 있다.
둘째로는 '공각기동대'는 불친절한 영화이다. 영화 초만에 나레이션이나 자막으로 친절하게 배경을 설명해주는 영화들과는 달리, 앞뒤 설명없이 핵심 내용만 던져주고, 전후 맥락을 알아서 추측하라는 식이다. 영화의 스토리와 각각의 장면들은 거대한 퍼즐조각처럼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스토리가 이해가 되어도 장면을 놓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스토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쯤되니, 수차례 반복적인 시청이나, 사전학습 없이 한 번에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무척 난해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다시보기를 하며 선택한 방법은 시간절약을 위한 사전학습이었고, 사전 학습 이후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의 느낌은 분명 동일한 영상인데 다른 영화를 보는 듯한 왜 고전의 반열에 올랐는지 이제는 알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 공각기동대 시청전 사전학습 참고 http://mika2volley.tistory.com/16
최근에는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하며 '스칼렛 요한슨'을 쿠사나기 소령역으로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스칼렛 요한슨'가 미스캐스팅이라고 하는 이유가 짐작은 되지만 영화로 개봉되어 보기 전에는 판단을 유보하려고 한다.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의 저자 하라리 교수는 최근 "200년 안에 현재와 같은 인류는 사라질 것"이라고 했으니 사이보그가 대중화 되는 그런 시대가 결코 먼 미래가 아닐지도 모른다. 다시 튜링 테스트로 돌아오자, 사고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인간에 가깝다라고 판별된다면, 반대로 미래에 글처럼 모든 것이 교체가능한 사이보그의 세상이 온다면 반대로 어디까지를 인간에 가깝다가 아니라 인간으로 인정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고, 이를 판단하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쿠사나키 테스트"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