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예능가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예능 프로그램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너도나도 인기 소재에 편승한 결과다. 이러한 쏠림현상은 다시 그 소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도를 높이며 프로그램이 단명하는 데 일조한다.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올해 예능계를 지배한 것은 여행 프로그램과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경우 이 장르의 부흥을 이끌었던 엠넷의 <슈퍼스타K>와 SBS <케이팝스타> 시리즈가 종영되면서 시효가 만료된 것으로 여겨졌으나, 상반기에 엠넷이 방영한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대성공을 거두며 열기가 재점화됐다. KBS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아이돌그룹을 대상으로 한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으로 음악 경연 유행 대열에 합류했고, 뒤이어 대형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군소기획사를 찾아다니며 우수한 아이돌 연습생을 선발하는 JTBC <믹스나인>을 선보였다. 또 다른 대형기획사 JYP는 자사의 보이그룹 멤버를 결정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스트레이 키즈>를 엠넷을 통해 방영 중이다. 이 외에도 tvN의 무명 가수 오디션 <수상한 가수>, 각 분야 음악 거장들이 한 자리에 모인 엠넷 <더 마스터-음악의 공존> 등이 새로 방영되긴 했으나,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예능가 쏠림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예능의 쏠림현상에는 여러 원인이 작용한다. 특히 대중의 정서와 취향에 가장 민감한 분야가 예능인만큼 이를 결정짓는 시대적 상황은 특정 프로그램 유행 현상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 단적인 예로 서바이벌 오디션의 전 세계적 흥행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시대의 무한경쟁체제가 대중들의 감수성을 지배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 받는다. 그런가 하면 일본 구르메 방구미의 유행에도 거품 경제가 붕괴한 뒤 가성비 좋은 음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가하고 1인 가구가 확산된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최근 예능계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외국인 예능 유행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일견 국내 체류외국인이 200만 명을 넘어선 다문화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인다. 지난 7월 법무부가 발간한 ‘2016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체류외국인이 2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통계작성 이후 최초이며,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실제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숫자가 희소했던 과거에는 ‘외국인 장기 자랑’ 류의 명절 특집 프로그램에서나 외국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돌파한 2000년대 중반 들어 본격적인 외국인 예능 1세대라 할 수 있는 KBS <미녀들의 수다>가 등장했다. <미녀들의 수다>가 종영한 이후 명맥이 끊긴 외국인 예능을 다시 부활시킨 JTBC <비정상회담>의 방영 시점도 마찬가지다. 필리핀 출신의 귀화인 이자스민이 ‘다문화 1호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국내 체류 외국인 비율이 3%를 넘어서는 등 다문화 사회로 이행 중이던 시기적 배경이 맞물린다.
물론 최근의 외국인 예능 유행은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현재 방영 중인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JTBC <나의 외사친>, tvN <서울 메이트>, SBS <내 방 안내서> 등이 있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기존의 외국인 예능과 달리 출연자 대부분이 여행객이거나 현지인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비정상회담>을 통해 얼굴을 알린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진행자나 가이드 역할에 그칠 뿐, 실제로 프로그램을 이끄는 이들은 처음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다. <서울 메이트>는 세계 각국에서 프로그램 출연을 희망한 외국인을 선발해 서울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의 집에 묵게 하고, <나의 외사친>은 반대로 연예인이 외국에 나가 현지인의 집에 체류한다. 외국인과 국내 유명 인사들의 주거 교환을 그린 <내 방 안내서>에서도 외국인들은 일시적인 여행자다.
예능가 쏠림현상은 오랜 고질병과도 같은 것이기에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 예능 유행 현상에서는 이 같은 게으른 복제가 이제 임계점에 다다른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더욱이 요즘에는 방송사 간의 모방 뿐 아니라 제작진의 자기복제까지 겹쳐져 문제점이 한층 두드러진다. 예컨대 <수상한 가수>는 MBC <복면가왕>을 연출한 민철기 피디가 전작을 살짝 변주한 것이고, <둥지탈출>은 MBC <아빠 어디가>의 김유곤 피디가 출연자 연령만 사춘기와 청년 세대로 옮긴 것과 같다. <믹스나인> 또한 <프로듀스 101> 한동철 피디의 자기복제품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바깥에서는 중국의 국내 예능 베끼기가 갈수록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서 국내 방송사의 제살 깎아먹기식 복제 경쟁은 이에 대한 대처마저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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