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기억을 지우게 되면 우리는 행복할까?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기술이 있고 또, 슬픔으로만 똘똘 뭉친 기억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오직 짠맛만으로 이루어진 음식은 존재하지 않듯 우리의 기억 또한 슬프다가 기쁘고, 기쁘다가 웃기고, 웃기다가 그립고….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 있는 것이어서… 그 중에서 정말로 딱 순수하게 ‘슬프기만 한 기억’ 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는지.
<이터널 선샤인> 은 사랑에 대한 기억에 관한 영화다.
아니, 제대로 말하자면 ‘사랑에 엉거주춤한 남자’가 ‘사랑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에 찬 여자’를 만나 사랑하다가
결국엔 엉거주춤한 채로 사랑했던 여자에게 불안을 느껴 사랑을 잃게 되는 이야기….라면 좀 더 설명이 될까?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운 연인에 화가 나, 본인도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근데 기억을 지울수록 너무나 좋은 기억이 많이 있음을 깨닫고, 삭제되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을 다니게 되는데….
<이터널 선샤인> 은 나에게 보는 내내 새로움을 주는 영화였다.
짐 캐리와 케이트 윈슬렛이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주인공을 내세운 것도 의외였지만,
슬픔을 잊기위해 아픈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 아닌, 뇌 속의 기억을 인위적으로 지워서 이별의 아픔을 잊겠다는 설정 자체가.
그리고 뒤죽박죽 얽혀있는 시간들…지워야 할 대상으로서의 기억과 그 대상이 아닌 기억 사이를 넘나 드는 두 주인공들의 모습…
뭐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영화.
(기억에 남을 영화 맞다…. 이 영화가 만들어 진 게 2004년! 그래서 마크 러펄로의 머리가 그렇게 새까맸어…. ㅠ.ㅠ)
둘 다 기억을 지웠으나 결국엔 다시 만나 서로의 감정을 키워가게 되는..
우울한 빛깔, 축축한 슬픔, 잔잔한 여운이 영화 가득 베어있으나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어 더 좋았던 <이터널 선샤인>
결국 미셸 공드리 감독이 말하고자 한 건,
인연은 헤어져도 다시 만나게 되어 있고,
사랑이라는 건…기억을 지웠어도 또 다시 시작하게 되는 거... 라는 거다.
난 그의 말에 절절히 동감을 표하고 싶다.
이게 바로 우리가 끊임없이 비슷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종일 짱짱하게 내비치던 햇살이 힘을 잃고 저쪽 언덕으로 뉘엇뉘엇 사그러들때,
붉으스름한 노을을 조명삼아 혼자 조용히 와인 홀짝이며 보기에 딱 좋을 법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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