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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장으로 가는 50대 행렬, 한국영화 콘텐츠 변화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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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으로 가는 50대 행렬, 한국영화 콘텐츠 변화 부른다
[문화융성, 지금] 영화 관람 경험률 50대가 96.4%로 1위

우리나라에서 극장에 가서 영화를 가장 많이 보는 연령층은? 이 질문에 십중팔구는 20, 30대라고 답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그랬다. 극장은 그들 차지였다. 그 상식이 마침내 깨졌다. 50대로 바뀌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경험률에서 50대가 96.4%로 1위를 차지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자 꼴찌의 대반란이다. 2103년에도, 2014년에도 최하위였던 50대가 지난해에는 가장 많이 극장을 찾은 것이다. 더구나 연평균 관람 편수도 8.7편으로, 가장 많은 20대(10.5편)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1등과 꼴찌의 차이가 4%에 그쳐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50대가 극장 영화 관람에서 이제는 당당한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이런 변화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지난해 ‘국제시장’, ‘암살’ 등 화제를 모은 한국 영화가 많아서 나온 ‘일회용 이변’이라느니, 극장영화의 주 관객층인 20, 30대가 점점 컴퓨터나 모바일로 영화를 더 많이 보기 때문에 얻은 어부지리라느니, 조기 은퇴와 고령화에 따른 50대의 불안한 심리가 영화를 더 찾게 했다느니 등이다. 심지어 ‘한국 영화가 관객층을 넓히기 위해 다분히 그들의 정서에 영합하는 복고적이고 보수적인 취향과 소재에 애국 코드까지 집어넣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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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가 함께 누리고 공감하는 주제의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지난해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경험률에서 50대가 96.4%로 1위를 차지했다. 영화 포스터 출처(다음 영화 DB)


전 세대 아우르는 콘텐츠 문화 공유와 문화융성의 출발점

그러나 그것으로 영화계에서 기록한 ‘주 관람층 1위 50대’라는 결과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섣불리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1000만 관객의 영화가 나와서 50대가 극장에 간 것이 아니라, 50대도 많이 봐서 그 영화가 1000만 관객을 기록했다. ‘국제시장’의 40% 가까운 관객이 40대 이상이었고, 그 전에 나온 ‘명량’도 비슷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 40%가 모두 분위기나 화제에 휩쓸려서, 아니면 친구나 자식들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극장을 찾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들을 무시하는 일이다. 영화 흥행을 얘기하면서 이런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보다. 영화는 시간과 돈을 적잖이 투자해야 하는 상품이다. 남이 본다고 덩달아 보지 않는다. 더구나 50대야말로 소비에 가장 냉정하고 경제적 가치를 따지는 관객일지 모른다.

컴퓨터와 모바일로 영화를 보는 20, 30대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작, 특히 블록버스터는 여전히 극장에서 본다. 그들의 연평균 관람 편수가 조금(1편) 줄어든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클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그들이 극장을 덜 찾아서가 아니라 50대의 관람 편수가 1편 가까이 늘었기 때문에 순위가 바뀌었다.

조기 은퇴와 그에 따른 경제적 위기로 누구보다 현실이 불안한 50대가 잠시나마 영화로 그것을 잊거나 카타르시스를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취업과 결혼에 대한 희망을 잃고 있는 20, 30대를 생각하면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50대 절반 이상이 부부가 함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

그렇다면 답은 역시 영화다. 한국 영화는 1980년대 말 소위 ‘기획 영화’ 바람이 불면서 20, 30대 전유물이 됐다. 젊은 기획자들이 참신한 소재와 젊은 감각으로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그 기세로 2000년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불러왔지만 한편으로는 중·장년층을 극장에서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젊은 관객이 지금의 50대다. 그들의 가슴에는 여전히 영화에 대한 감성과 욕구가 살아 있다. 그것을 채워줄 영화만 있다면 그들은 기꺼이 다시 극장에 달려갈 마음이 있다. 그런 그들을 한국 영화는 외면한 채 ‘젊은 영화’에 집착해왔다. 천년만년 꼬마들에게 환상만 팔 것 같던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고집을 버리고 변신을 시도한 지 오래인데 말이다.

영화관.

한국 영화도 최근에야 깨닫기 시작했다. 그들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이지 않고는 존재도, 미래도 점점 없어진다는 사실을. 더구나 점점 더 고령화사회로 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칫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다 놓칠 위험이 있었지만 모험을 했다. 안정된 복고가 아니라 세대를 아우르려는 도전이었다. 낡지 않은 감각으로 그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읽어냈기에 그 도전은 멋지게 성공했다. 소재의 재탕 삼탕인 ‘명량’도, 유행가 가사 같은 복고물 ‘국제시장’도, 어설픈 애국심을 자극하는 ‘암살’까지도.

50대가 됐다고 ‘가요무대’가 친근하고, 유행가 가사 같은 멜로물에 눈물 흘리고, 무작정 애국심을 부르짖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에 공감한 그들의 정서에는 세월이 흘러 변한 것도 있고, 세월이 흘렀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 세대의 아픔과 희생이 나의 것으로 다가왔고, 가족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고, 조국과 이웃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사람들의 신념을 고귀하게 여기게 됐다.

부부 둘이서만이 아니다. 50대 5명 중 1명은 자식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 아마 자식들 대부분이 20, 30대일 것이다. 50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그렇듯 2차 베이비붐 세대인 그들 또한 같은 영화를 보며 아버지와 어머니, 애국심, 가족에게 조금 더 다가갔을 것이다. 문화의 공유, 문화의 융성은 이렇게 세대가 함께 누리고 공감하는 데서 나온다. 50대 1위야말로 그것을 가로막았던 한국 영화와 극장의 벽을 부수는 반란일지도 모른다.

문화가 있는 날 활성화 필요

글 ·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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