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음악영화를 향한 한국관객의 사랑은 각별하다. 거의 매년 한 편씩 흥행에 성공한 음악영화가 탄생하고 있다. 예술성 짙은 장르가 대중적인 지지를 얻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탄생하는 음악영화 흥행작 리스트에 올해는 ‘라라랜드’가 포함됐다.
<영화 '라라랜드'의 한장면 - 사진제공 : 판씨네마>
12월7일 개봉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다 할 흥행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던 ‘라라랜드’는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상영 2~3주를 지나면서 관객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극장가 빅시즌으로 통하는 12월에 맞춰 ‘마스터’, ‘판도라’ 같은 블록버스터가 잇따라 개봉하고 있는데도 스코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대작들과 겨뤄 160만 관객을 이미 넘어섰다. 극장가에서는 연말 ‘반전의 흥행’을 거둔 유일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라라랜드’는 미국 LA를 배경으로 배우와 재즈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젊은 예술가들의 도전과 사랑을 그린 뮤지컬 영화다. 이야기를 시작할 때부터 거대한 뮤지컬 무대를 보는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영화는 관객을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주인공들이 직접 부른 노래와 피아노 연주도 수준급이다.
물론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도 빠질 수 없다. 재즈피아니스트 세바스찬 역의 라이언 고슬링, 배우를 꿈꾸는 미아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은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젊은 연인으로 호흡한다. 사랑하는 남녀의 갈등과 이별, 그렇지만 변치 않을 마음을 다짐하는 과정 역시 뭉클하게 그려진다. 이들 배우는 ‘라라랜드’를 통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각광받는 배우라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다. 내년 열릴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아카데미영화상의 주요 수상자로 유력시되고 있다.
● ‘라라랜드’의 흥행, 음악영화의 흥행
‘라라랜드’의 흥행은 ‘맘마미아’부터 ‘레미제라블’의 성공으로 이어진 뮤지컬 영화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그룹 아바의 노래들로 구성해 2008년 개봉한 영화 ‘맘마미아’는 한국에서만 457만 명을 불러 모았다. 2012년 휴 잭맨이 주연한 ‘레미제라블’ 역시 529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그 뒤를 잇는 ‘라라랜드’의 성공은 완성도 높은 음악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힘으로 가능했다는 평가다.
뮤지컬 영화를 넘어 음악영화로 범위를 넓혀도 그 성공은 계속돼 왔다. 2014년 ‘비긴 어게인’(342만), 지난해 ‘위플래쉬’(158만)가 예상 밖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극장가에서 음악영화의 저력을 증명했다. 거의 매년 음악영화 한 편씩 성공한다고 봐도 될 정도다.
특히 ‘비긴 어게인’ 등 일부 영화는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한국 극장에서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라라랜드’도 비슷한 상황. 상업적인 볼거리나 오락성이 떨어지는 대신 예술성을 강조한 영화 분위기상 대중적인 지지가 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 같은 사전 예측은 무색한 상황이다. 심지어 ‘라라랜드’의 제작진마저 한국에서 벌어지는 흥행세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한장면 - 사진제공 : 판씨네마>
그렇다면 음악영화가 유독 흥행 강세를 나타내는 이유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영화 관계자들은 음악을 향한 한국 관객의 유난한 ‘애정’을 먼저 꼽는다. 음악을 대하는 남다른 애착을 바탕으로, 영화에서도 음악과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작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라라랜드’를 포함해 ‘위플래쉬’나 ‘비긴어게인’ 등 음악영화는 이야기 구조는 물론 음악적으로도 월등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관객은 스크린을 통해 실제 공연을 보는 듯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탁월한 완성도를 지닌 음악이 영화의 흥행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은 이번 ‘라라랜드’에서도 증명된다. 영화에 수록된 15곡의 배경음악 대부분이 주요 음원사이트 OST 순위 톱20에 진입해 있다.
음악으로 화제가 되는 영화는 SNS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감각적인 음악과 영상에 관심이 높은 10~20대층은 특히 이에 더 반응한다. ‘라라랜드’를 둘러싼 입소문이 퍼진 계기 역시 SNS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오간 음악과 관련한 이슈가 있어서였다. 영화만 보고 끝나는 ‘단일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 그 관심과 이슈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 음악영화는 여러 장르에서 폭발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 ‘음악 전문가’ 연출가들의 힘
‘라라랜드’의 연출자는 다미엔 차젤레 감독이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또 다른 음악영화 ‘위플래쉬’로 데뷔한 감독이다. 아직 신인에 불과한 그는 ‘위플래쉬’에서 최고의 드러머가 되기 위해 음악대학에 입학한 신입생과 그의 지도를 맡은 폭군 같은 교수의 대결을 극적으로 그려 관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란한 드럼 연주가 다수 포함된 장면들도 단연 화제였다.
재즈 드럼을 배운 자신의 고교시절 경험담을 소재로 ‘위플래쉬’를 완성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이번 ‘라라랜드’를 위해 무려 1900여 곡의 노래를 미리 만들었고, 그 가운데 적합한 15곡을 선별해 영화에 사용했다. 그가 만든 음악영화의 완성도는 이처럼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한 방대한 음악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감독의 곁에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음악 파트너가 있다. 저스틴 허위츠 음악감독이다. 하버드대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대학 신입생 때 만나 음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데뷔작 ‘위플래쉬’를 완성했고, 그 호흡을 ‘라라랜드’로 이었다.
연주도, 노래도 거뜬히 해내는 탄탄한 배우들이 있기에 할리우드는 음악영화 제작에 적극적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라라랜드’ 출연 전까지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할 수 없었지만 배역을 맡기로 결정한 이후 6개월 동안 재즈피아노 훈련에 몰두한 끝에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으로 도약했다. ‘라라랜드’의 나오는 피아노 연주 장면은 전부 직접 해냈다. 탁월한 가창력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여주인공 엠마 스톤 역시 훈련 끝에 뮤지컬 배우 부럽지 않은 실력을 쌓았다. 음악영화는 처음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음악영화를 향한 한국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는 그만큼 확실한 ‘수요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뮤지컬 영화나 음악영화를 기획, 제작하는 데 상당히 취약하다. 3~4년에 한 번씩 음악 소재 영화가 나오기는 하지만 대부분 흥행 실패한 것은 물론 완성도나 작품성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5년 사이 음악을 주요 소재로 쓴 유지태 주연의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한석규가 출연한 ‘파파로티’가 있지만 높은 제작비와 스타 출연진에도 각각 5만, 170만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이는 특정 장르에 치중된 한국영화 제작 환경의 영향이기도 하다. 음악보다 스토리와 영상에 집중하는 제작환경에서 당장 음악영화를 제작하기에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당장 흥행할 만한, 흥행이 검증된 장르 위주로 짜인 제작환경에서 음악영화에 선뜻 나서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이 되고 있다.
더불어 음악을 매개로 탄탄한 스토리로 풀어낼 실력을 갖춘 인력의 부족도 이유로 꼽힌다. 최근 흥행한 뮤지컬과 음악영화 제작진은 같은 장르를 집요하게 파고든 전문가들. 2006년 ‘원스’를 내놓은 존 카니 감독은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등 음악영화에만 집중해왔다. ‘라라랜드’와 ‘위플래쉬’를 연이어 흥행시킨 다미엔 차젤레 감독도 영화 연출가이기 이전에 음악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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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해리
약력 : 스포츠동아 기자
La La Land, kino svetozor, 체코, 프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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