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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30(토)

문화 Inside

마음의 소리, 웹툰과 웹 드라마의 행복한 동거가 시작되나?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KBS 예능국 최초의 웹 드라마 <마음의 소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주연을 맡은 이광수는 제작발표회 당시 조회수 100만을 넘기면 팬 사인회를 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머쓱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드라마가 웹에 공개되고 10시간 만에 100만 조회수를 가볍게 돌파했고, 하루가 지나자 3백만을 넘었다. 11월 말에는 2천만을 넘기며 역대 웹드라마 전체 조회수 1위, 전체 구독자수 1위 등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12월 9일부터는 KBS 2를 통해 공중파 입성까지 하게 되어 보다 다양한 시청자 층에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던 웹 드라마가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얻게 된 것 같다.



<마음의 소리>의 원작은 만화가 조석이 네이버에 10년 이상 연재하고 있는 웹툰이다. ‘웹툰 계의 무한도전’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압도적인 인기와 유명세를 이어왔다. 그런 만큼 TV 드라마나 영화화의 제안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서야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은 꽤나 늦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소리>로 대표되는 개그 만화들이 웹툰의 중심 세력이지만, 이들의 포맷이 TV 드라마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데 있다. <미생> <치즈 인 더 트랩> <송곳> <밤을 걷는 선비> <오렌지 마멀레이드> 등 최근 몇 년만 보더라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는 꾸준히 제작되어 왔다. 웹툰이 신작 드라마의 스토리 창고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웹툰들은 기숭전결의 구조가 뚜렷한, 일반적인 드라마와 비슷한 구성의 작품들이었다. 선악이 분명한 주인공, 코믹 터치의 개성 있는 조연들,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드는 에피소드 연작 형태 등은 드라마로 전환하기에 알맞은 모양을 갖추고 있다. 


<마음의 소리>는 작가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일기체 개그 만화다. 긴 줄기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매번 에피소드들이 완결된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슬쩍 보고도 금방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형태다. 웹에 연재하는 만화로서는 이런 방식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를 TV 드라마로 만들 때 짧은 호흡은 큰 장애가 된다. <마음의 소리>는 또한 웹을 즐겨 사용하는 젊은 세대에 특화되어 있다. 생활 속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즐기는 층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마니아 적인 소재들도 상당 부분 있다. 또한 소위 ‘병맛 개그’라고 부르는 B급 감수성의 유머 코드가 전반에 깔려 있다. 이런 점은 TV에서 광범위한 대중들을 만나기에는 장애 요소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웹 드라마 '게임 회사 여직원들' / webtoon.daum.net/webtoon/view/webdramagame>


이런 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 웹 드라마라는 형태가 적당한 절충안이 되었다. 웹툰과 웹 드라마는 소비하는 환경이 같기 때문에, 전통적인 웹 콘텐츠 소비자가 만화에서 자연스럽게 드라마로 관심을 옮겨갈 수 있다. 웹 드라마의 10분 내외의 짧은 분량은 웹툰의 빠른 속도감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러나 제작진은 <마음의 소리>를 웹 고유의 콘텐츠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웹의 견본 시장을 거친 뒤에 공중파 입성을 계획했기 때문에, 공중파 드라마 시청자를 위해 적당한 조정을 가했다. 조석을 중심으로 한 다섯 명의 캐릭터를 초반에 분명히 보여주며, 이들을 중심으로 한 시트콤의 모양을 갖추었다. 그리고 웹툰에서 빈번하게 보여왔던 서브컬처와 마니아 적인 소재는 제한하고, 보편적인 생활 상에 기반한 에피소드 위주로 추려냈다. 


원작 만화가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 역시 장단점이 될 수 있다. 캐릭터나 에피소드들이 너무 잘 알려져 있어, 웃음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신선감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팬덤이 강해 어설프게 드라마로 옮겼다가는 원작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쉽다. 그런데 제작진은 이를 ‘웰메이드’로 잘 극복했다. 이광수를 비롯한 캐스팅부터 연기, 연출 등이 굉장히 맛깔나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 원래 시트콤은 캐릭터를 이해시켜 감정이입을 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웹툰 독자들은 이 과정을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원작을 본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이광수는 인생 배역을 맡은 듯, 조잡스러운 만화가 지망생의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잘 해낸다. 약간 오버하는 듯한 연기가 만화적인 상황과 잘 어우러지기도 한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를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다. B급 감수성을 많이 자제하기도 했지만, 원작에서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여주는 복잡한 요소들을 과감히 없애고 깔끔하게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10분 정도의 방영 시간, 작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너무 많은 것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석과 애봉이의 연애가 상당히 알콩달콩 그려지고 있다. 원작에서는 애봉이가 조석 못지않게 과격한 감수성을 보여주는데, 드라마 판에서는 사랑스러운 여친 캐릭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의 소리>의 성공적 시작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사실 2천년대 초반부터 웹 드라마의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런데 낮은 제작비에 캐스팅도 어렵고 질도 높지 않은 편이라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정도부터 전송 화질도 개선되고 스마트 폰 등의 기기를 통한 웹 콘텐츠의 요구가 많아져 여러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투자 대비 홍보 효과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기업체나 사회단체가 PPL이나 교양이 강조된 형태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엑소 도경수 주연의 <긍정이 체질>, 빅스 차학연과 이홍빈 주연의 <얘네들 머니(Money)?> 등 아이돌을 주연 배우로 등장시키는 등 팬덤을 활용한 방식도 일반적이다. 그 중에는 <게임회사 여직원들> <먹는 존재> <연애 세포>처럼 웹툰 원작의 웹 드라마도 상당수 있다. 이렇게 여러 모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마음의 소리>가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며 상업적 웹 드라마의 길을 열게 된 것이다. 


kbs.co.kr>


이제 여러 방송국들이 공중파, 종편, 케이블 방송에 앞서 웹 드라마로 먼저 선을 보이는 방식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웹은 방송 편성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거의 무한대로 채널을 만들 수 있어 시간대에 구애없이 방영할 수도 있다. 독점력은 떨어지지만 한번 입소문을 타면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접속자 수를 늘릴 수 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면 공중파나 케이블 방영은 물론 중국 등 해외 시장에 판매하기도 좋아 상업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중파 드라마와 웹드라마의 경계는 이제 빠르게 허물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명히 유념해 둘 점은 있다. 공중파를 지향하는 TV 드라마, 그리고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이동하며 쓰는 장비로 보는 모바일 드라마라는 양 측면을 모두 맞추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짧게 끊어져도 상관 없는 이야기를 다루더라도, 꾸준히 드라마를 이어 보게 만드는 요소는 있어야 한다. 지나치게 자질구레한 볼거리보다는 깔끔하고 이해하기 쉬운 게 좋다. 또 혼자만 보는 게 아니라 SNS 등을 통해 링크를 공유하는 방법이 중요하니까, 뭔가 전달하고 싶은 욕구를 가진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확실한 개그 터치나 유행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마음의 소리>는 확실히 정통적인 드라마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KBS가 이전에 시도한 <프로듀사> 같은 예능 드라마의 계통에 들어간다는 느낌도 든다. <프로듀사>는 <1박2일> 등 방송국 예능 제작의 뒷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카메오를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마음의 소리>는 웹툰 작가가 주인공이라 만화가의 작업 환경, 편집자와의 다툼, 마감 전쟁 등의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방송국 파워를 통한 일급 카메오들의 출연도 매회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다. <프로듀사>에서 PD 역을 맡았던 김종국이 <마음의 소리>에서는 쌍둥이 역할로 나온다. 김세정, 정준영이 소음 문제로 다투는 신혼 부부 역할로 나오는 것을 비롯해 전현무, 신동엽, 박정현, 강균성 등 막강한 카메오 군단을 자랑한다.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가 이광수의 친분으로 초특급 카메오로 등장한다고 해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제 웹 드라마의 제작, 특히 개그 웹툰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제작이 본격화될 것 같다. 개그 웹툰이 다루는 다양한 직업군의 구체인 묘사도 흥미로울 것 같고,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방식의 색다른 연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웹 소설과 연계된 웹 드라마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웹툰, 웹소설을 1차, 웹드라마를 2차, TV드라마나 영화판을 3차 콘텐츠로 삼는 형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웹 드라마의 지형과 시장이 넓어지면 상당한 예산과 실력파들이 이 영역에 들어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TV 방영을 목표로 하고 웹에서 선공개하는 형태일 수도 있고, 아예 정통적인 방송국 환경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후자가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기존 방송국의 독점적인 우월성은 사라질 것이다. 넷플릭스 같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와 결합하면 그 파괴력은 더욱 커지리라. 좀더 자유로운 경쟁 상황에서 질 높은 콘텐츠를 향한 실험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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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명석

약력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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