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마법을 통해 시간과 공간을 마음껏 남나드는 히어로가 등장하면서다. 10월26일 개봉한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만들어낸 세계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통해 히어로의 활동 범위는 이제 지구와 우주를 넘어 ‘차원’까지 이동하고 있다. 상상 그 이상의 상황을 스크린에 펼치고 있지만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는 지탄 대신 ‘매력적인 세계관’이라는 호평을 받는다. 촘촘하게 짜여진 세계관을 관객에 선사한 덕분이다.
극장가에 ‘닥터 스트레인지’ 열풍이 거세다. 개봉 첫 날 43만 관객(영화진흥위원회 집계) 동원에 성공한 영화는 역대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단독 히어로 시리즈 가운데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미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은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앞선 마블 히어로 영화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관심 속에 등장했다. 흥행 열풍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상영 엿새 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했고, 예매율 역시 40~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400~500만 관객 동원은 거뜬할 전망이다.
○결핍에서 벗어난, 진일보한 영웅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 스튜디오가 원작으로 삼는 마블코믹스의 만화 가운데서 가장 영화화하기 어려운 작품으로 오랫동안 꼽혀왔다. 짐작하기 쉽지 않은 주인공의 캐릭터는 물론 영상으로 완성하기 난해한 배경 이미지도 제작진에 어려움을 안겼다. 웬만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표현하기 어려운 스케일 탓에 앞서 여러 영웅들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탄생하는 동안에도 숨죽이고 있었을 뿐이다.
이야기에서도 다소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란한 스케일을 앞세우는 기존 히어로 영화가 공통적으로 다루는 지구 구원의 메시지와 비교할 때 한층 깊어진 정신세계를 담아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전망도 따랐다.
<영화 닥터 스트레이지의 한장면 -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있다. 흥행 견인차로 꼽히는 주역은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를 연기한 영국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그가 주인공에 캐스팅된 순간부터 마블 팬들의 ‘우려’는 ‘기대’로 돌아섰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누구인가. 영국에서 정통 연극 연기를 전공한 실력자이자 국내에서는 두터운 팬덤까지 보유한 스타다. BBC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도약한 그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등을 통해 영국신사를 대표하는 배우로도 자리매김했다. 지적인 이미지는 영화 속 캐릭터인 천재 신경외과 의사와도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불의의 사고로 절망에 빠진 신경외과 의사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깨닫고 세상을 구원할 능력을 얻게 되면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그동안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역대 히어로 가운데 가장 강한 실력을 소유한 캐릭터로 꼽힌다. 마법의 기술을 손에 넣고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는 힘까지 발휘한다.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영생을 누리는 능력으로까지 다가서는 캐릭터이다.
사실 역대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은 히어로는 탁월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저마다의 결핍을 가졌다. 막강한 부와 그로부터 구축한 능력으로 지구 평화를 수호하지만 유년기 겪은 상처에 시달리는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미국과 소련이 벌인 냉전의 시대를 살다가 냉동인간으로 시간을 버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가 대표적이다. 이 뿐 만이 아니라 마블이 내놓은 다른 히어로들의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존재를 둘러싼 딜레마에 빠진 헐크(마크 러팔로), 신화 속 인물이자 동생의 반격으로 위기를 오가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도 비슷한 상황에서 갈등하고 고민한다.
물론 마블 히어로들이 가진 결핍은 관객이 이들에 더욱 감정을 몰입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관객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얻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따른다. 그 자리를 완벽하게 채우는 인물이 닥터 스트레인지다.
영화에서 그는 자신만만한 삶을 산다.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자신감도 대단하다. 사람의 ‘생’과 ‘사’를 좌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다 마주한 불의의 사고 탓에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갖지만, 좌절하기보다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그렇게 마법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자기 안의 힘을 스스로 찾아내는 과정에서는 다른 마블 히어로와 다른 불굴의 의지까지 엿볼 수 있다. “관객이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히어로의 등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 화려한 규모와 균형 맞춘 연기파 배우들의 향연
‘닥터 스트레인지’의 열풍은 국내에서만 한정된 분위기가 아니다. 미국 영화 비평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이 영화는 신선도 100%를 유지하고 있다. 유력 영화 평론가들이 참여해 점수를 매겨 이를 평균치로 계산하는 방식의 로튼 토마토 지수에서 100%를 기록하는 영화는 극소수다.
<영화 닥터 스트레이지의 한장면 - 사진제공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가 관객을 매료시키는 데는 현란한 시각효과도 한 몫을 한다. 물론 그동안 ‘아벤져스’ 시리즈 등을 통해 마블 스튜디오는 진일보한 영상 기술력을 과시해왔다. 현란한 시각효과는 마블 스튜디오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힘으로도 통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스케일로 도시를 초토화시키거나 강력한 영웅들이 한 데 얽혀 겨루는 대결을 통해 관객에 늘 새로운 시각효과를 선사한다.
반면 ‘닥터 스트레인지’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기존 히어로가 ‘파괴’에 주력했다면 이번에는 ‘재건’에 집중한다. 이미 파괴된 도시가 마법의 힘으로 재건되는 모습은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미덕. 더욱이 시공간이 뒤섞이고, 공간이 입체적으로 맞물리는 이미지를 반복해 보여주는 영상효과 역시 압권이다. 마블 스튜디오가 이끄는 영화의 영상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증이 일어날 정도다.
물론 화려한 규모와 영상이 ‘닥터 스트레인지’의 성공을 가져온 전부는 아니다. 영화에는 영국과 미국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은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히어로 시리즈가 현재 세계 영화의 정점에 있다는 사실은, 이처럼 화려한 배우들의 참여에서도 짐작된다.
주인공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실력자다. 영화에서 닥터 스트레인지에 맞서는 케실리우스 역의 매즈 미켈슨는 2012년 ’더 헌트‘를 통해 제65회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다. 덴마크 출신인 그는 현재 유럽을 대표하는 배우로도 꼽힌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조력자 역을 나눠 맡은 틸다 스윈튼과 레이첼 맥아덤스 역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을 장식해온 실력 있는 배우다. 상상에서나 가능한 일들을 스크린에 구연해 관객에 현실적으로 전달하는 몫을 충실히 해냈다.
KOFICE
성명 : 이해리
약력 : 스포츠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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