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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드롬, 한류의 새로운 도약대가 될 수 있을까?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청률은 전국 30%라는 마의 벽을 부수며 계속 갱신 중이다. 지난 몇 년 간 드라마, 예능 모두에서 별다른 이슈 몰이를 하지 못했던 KBS 방송국은 축제 분위기다. 주연 배우 송중기는 연예인 최초로 KBS <뉴스 9>에 출연하기도 했다. 사전 제작이라 연장 방송은 없지만, 4월 14일 종영 이후에도 일주일 동안 하일라이트, 에필로그, 메이킹 등 스페셜 프로그램을 편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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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사진출처 KBS) 


해외에서의 반응 역시 뜨겁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중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아이치이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데, 회당 평균 1억 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최고 기록인 마지막 회 조회수를 <태양의 후예>는 10회 방영에서 따라잡고 있다고 하니 그 열기가 더욱 거세다고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송혜교의 인지도에 송중기가 더해져 ‘제 2의 <겨울연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태국에서는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애국심을 고취한다’며 직접 <태양의 후예>의 시청을 독려할 정도다. 3월 말까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총 32개 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앞으로 추가 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송중기가 연기한 유시진 대위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신드롬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국내 TV만 보더라도 <무한도전>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유시진 대위와 <태양의 후예> 식의 군대 말투 따라하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 공안은 SNS 웨이보에 ‘한국 드라마 팬들은 조심! 태양의 후예에 잠복해 있는 폐해 경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는데, 특히 송중기를 향한 무작정의 애정을 경고하고 있다. 과연 유시진 대위와 <태양의 후예>는 한류의 새로운 문을 열어젖힌 것일까?  


<태양의 후예>의 성공 비결을 둘러싼 분석과 연구가 다각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과의 계약을 통해 100% 사전 제작이 이루어졌고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쪽대본과 같은 비정상적 제작 환경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로드 넘버원> <탐나는도다> 등의 사전 제작 드라마들이 흥행에 부진했다는 점을 보면 이 부분이 결정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전 제작이 방송국 편성의 불안함 때문에 오히려 눈치만 보다가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보다는 송혜교 송중기의 적절한 캐스팅, 130억 원에 이르는 제작비로 스케일과 짜임새를 함께 갖춘 부분이 주요했다고 보인다. 여기에 해외 파병 군인과 의사라는 독특한 소재에 한국 드라마의 장점인 멜로를 깊숙이 스며들게 한 스토리 라인이 빛을 발했다. 

<태양의 후예>는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최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출발했다. <짝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등 액션 영화의 시나리오를 써온 김원석 작가의 작품이다. 그러다 제작사가 <파리의 연인> <신사의 품격>으로 잘 알려진 김은숙 작가에게 자문을 의뢰했고, 김은숙 작가가 큰 흥미를 보여 둘의 합작품으로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로 인해 유시진이 대위 계급장을 달고 군복을 입게 되었고, 마침 군 복무 이후 복귀작을 찾던 송중기와 맺어지며 놀라운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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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 장면(사진출처 KBS) 


빈곤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르크라는 가상의 국가에 한국군으로 파병된 유시진 대위(송중기), 그리고 의료봉사를 온 의사 강모연(송혜교)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지진과 내전, 여러 사고 속에서 목숨을 걸고 구호 활동에 나서고, 그 안에서 애틋한 사랑을 만들어간다. 군인과 의사는 서로 상반된 입장에서 인간의 생명을 다루며 많은 스토리텔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죽이느냐 살리느냐? 전쟁터에서 만난 여의사와 군인의 사랑이라는 설정도 그렇게 낯설지 않다. 그러나 <태양의 후예>는 이런 전형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이토록 진지한 설정치고는 너무 노골적인 연애 드라마다. 두 주인공만이 아니다. 사령관인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윤명주(김지원), 서대영(진구)의 힘든 사랑도 적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의사 송상현(이승준)과 응급실 간호팀장 하자애(서정연)의 툭탁거리는 사랑도 있다. 레지던트 이치훈(온유)이 만삭인 부인을 두고 해외로 온 애틋함도 시선을 당긴다. 이쯤 되면 연애가 목적인지, 구호가 목적인지 구별이 안 간다. 코미디 프로그램 에서는 “군견들끼리도 썸을 탄다.”고 꼬집는다.


모든 드라마, 특히 멜로는 어떻게든 ‘스릴’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불치병이 그렇게 자주 등장한다. <태양의 후예>는 매 에피소드마다 전쟁, 지진, 수술, 지뢰, 마약 등의 위험한 소재를 등장시킨다. 그런데 전쟁 혹은 재난 드라마의 전체적 윤곽 속에서 사건을 이어간다기보다는 철저하게 멜로를 위한 소품으로 사용한다. 그 모든 위험은 완벽에 가까운 남자인 유시진 대위와 아름다운 여의사 강모연의 알콩달콩한 썸을 진행시키기 위한 소도구에 가까워 보인다.

가상의 나라 우르크는 현실의 답답한 공간을 떠난,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무대가 된다. 부대와 병원으로 쓰는 이국적 건물들은 여기저기가 부서졌지만 자연광 아래 낭만적인 빛을 더한다. 주인공들은 멋진 풍광의 야외에서 식사하고, 무전기로 서로의 마음을 엿듣고, 저격용 라이플의 망원경으로 상대를 엿본다. 그리고 뭔가 위험한 일이 벌어지면 두 주인공은 자동차를 타고 바닷가의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툭탁거린다. 이 모든 것이 교묘한 판타지다. 그런데 모두가 알면서도 속아준다. 멜로 드라마로서는 더할 나위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군인이라는 직업은 <태양의 후예>의 핵심적인 아이덴티티다. 그런데 그것은 분명히 위험성을 안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국가와 국가가 대치되는 상황에서 전쟁을 벌이는 군인은 결국 한쪽 편에 설 수밖에 없다. 만약 국내로 시청자가 한정된 드라마라면 이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한류 열풍의 새로운 주자로, 국제적인 드라마로 발돋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 점을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각 나라마다 그 소재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군인식 사랑법은 이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매력이다. 유시진과 파병 군인들의 잘 다져진 몸과 군복 차림은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하지 말입니다’ 식의 군대식 말투가 오글거리는 연애 드라마의 대사와 뒤섞이며 반전의 매력을 만들고 있다. 목숨을 건 대치 상황에서는 거친 남자이지만, 강모연을 놀려댈 때는 귀여운 악동이 되는 유시진의 매력 역시 군복이 만들어내는 갭 속에서 튀어나온다. 계급 차이와 군대식 말투로 인해 서대영, 윤명주가 쉽게 가까워지지 못하는 것도 쫄깃한 밀고 당기기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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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한 장면(사진출처 KBS) 


허나 드라마 방영 초기에 몇몇 언론에서 지적한 ‘국수주의’나 ‘강요된 애국심’ 논란 역시 해외 파병 군인이라는 직업에서 유래한다. 국내에서는 사소한 지적 정도의 분위기로 마무리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해외 방영에 있어서 이 점이 논란의 여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미 중국 인터넷 방영분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생각해 북한군과의 교전 장면을 삭제하기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처럼 지상파나 위성 TV 방영에서는 더 큰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뜻밖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일본 정부가 헌법 개정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 등의 논리를 펴는 데 있어 <태양의 후예> 속 한국군의 모습을 긍정적 예시로 활용할 수도 있다.


전쟁과 군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할 때는 보다 보편적인 인류애에 접근하는 철저하고 깊이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아름다운 멜로를 만들어내는 배경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유시진도 강모연도 휴머니스트이긴 하지만,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더욱 깊은 문제의식을 던지는 캐릭터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송중기가 인터뷰를 통해 “끝까지 보면 인류애를 느낄 것”이라고 예고하기는 했으니, 이 점은 드라마의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하겠다. 


<태양의 후예>는 한동안 주춤했던 한류 드라마의 새로운 도약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아이치이에는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액인 회당 25만 달러에 판권이 팔렸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동시방영권에 국한된다. 중국에서 지상파나 위성채널에서 방송권을 산다면 그 액수는 비약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최근 인기 콘텐츠의 중국 내 리메이크가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중국판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OST 등의 부가 판권에서도 적지 않은 수익이 예상된다. 제작사인 뉴(NEW)의 장경익 대표는 “천만 영화 두 편 만든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별에서 온 그대>의 경제효과를 3조 원으로 측정한 보고도 있었다. 이미 <태양의 후예>가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예측들도 등장하고 있다. 화장품, 가방 등 PPL 상품들이 중국 내에서 판매의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이 분위기가 일본에까지 넘어간다면 효과적인 쌍끌이가 될 것이다. 촬영지였던 정선군, 태백시, 파주시 등은 연관된 관광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에 대한 보다 촘촘한 연구를 통해, 이 도약대를 한국 드라마의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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