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에 있던 한해였다. 다사다난했다는 말의 너머에 있던 한해다. 이 한해 속에서 한국 대중문화도 여러 변곡점을 거쳤다. 분명 2017년은 한국 대중문화의 터닝 포인트로 기억될 것이다.
좋게 말하면 능동적인 소비자의 선택이 강화됐고 나쁘게 말하면 소비자의 조리돌림이 커졌다. 이 능동적이고 개인주의며, 동시에 공격적이고 집단적인 소비자들은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층인 2030 여성들이란 점도 특이점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여성주의 물결 혹은 그 반대인 여혐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영화 뿐 아니다. TV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적극적인 여성 소비자들의 선택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아직 방영 전인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과 <나의 아저씨>에 대한 이른 비판이 일었다. <미스터 선샤인>은 <태양의 후예>, <도깨비>를 집필한 시청률 보증수표 김은숙 작가의 신작에 이병헌과 김태리가 호흡을 맞춘다. <나의 아저씨>는 <미생>, <시그널>의 김원석 PD와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가 손을 잡고, 이선균과 아이유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아직 방영도 되기 전인 이들 드라마에 벌써부터 비판이 쏟아지는 건, 남녀 주인공의 나이 차이 때문이다. 40대 중반 남성과 20대 초반 여성의 로맨스에, 도움을 주는 남성과 혜택을 받는 여성이라는 구도 때문이다. 아직 보지 않은 콘텐츠의 주요 배역의 캐릭터 설정만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건 그 만큼 소비자들, 그 중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이 능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K팝은 한걸음 더 나간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능동적인 팬들의 성원으로 미국에 강제 진출 당했다.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이하 AMAs)’에 입성했다. K팝 그룹 최초다. 올해로 45회를 맞은 AMAs는 빌보드, 그래미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권위 있는 시상식. 앞서 싸이가 엄청난 인기를 몰고 온 '강남스타일'로 MC해머와 함께 무대를 펼친 적은 있지만 K팝 아이돌 그룹이 AMAs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에서 미국 팬들이 한국의 팬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한국 팬들처럼 각 멤버들의 이름을 합창하고 열광하는 모습이 미국 방송에 그대로 소개됐다. 이런 반응들로 방탄소년단은 AMAs 공연 이후 구글 트렌드 검색 1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를 지켜본 전 세계 팬들의 리액션 동영상이 유튜브에 2,000개가 넘는다. 방탄소년단은 미국의 인기 토크쇼 <엘런 드 제네러스 쇼(The Ellen DeGeneres Show)>와 제임스 코든의 <더 레이트 레이트 쇼(The Late Late Show)>,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 등에도 출연했다. 지난 2012년 싸이가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던 연말 ABC 신년 특집방송 <딕 클락스 뉴 이어즈 로킹 이브(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2018> 녹화도 이미 마쳤다.
미국 인기 토크쇼 <엘런 드 제네러스 쇼>에 출연한 BTS - 출처 : ELENTUBE 캡쳐
AMAs에서 BTS를 직접 소개한 체인스모커스와 함께 한 BTS - 출처 : BTS 트위터
능동적인 소비자들의 선택이, 때로는 비이성적이게 느껴지는 조리돌림이 분명히 한국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짙은 영향력을 드러낸 게 2017년 대중문화의 중요한 지표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소비자들, 특히 2030 여성 소비자들의 선택과 행동은 2018년에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진화되는 건 대중문화 콘텐츠에 필수적이다.
변화의 분기점에, 다시 한류의 지평선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이끌고 있다. 바야흐로 한류 콘텐츠는 분명 시대의 변환점에서 분기를 맞았다. 이제 포스트 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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