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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side

넷플릭스는 OTT다(2017.05.25)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넷플릭스는 OTT다


2017년 1월 현재, 대표적인 글로벌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서비스)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전 세계적으로 9,900만 명 정도다. 아마도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에는 이미 1억 명을 돌파했을 것이다. 그 어느 미디어 기업도 달성하지 못한 경이로운 숫자다. 양과 질 모두에서 전 세계 사업자를 압도하고 있다. 무려 130여개 국가에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업자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포함한 콘텐츠 수급비용만 6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이다. 기존 미디어 시장의 성공 문법을 뒤틀었고 허물었으며, 오늘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을 하고 있고, 2016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진입하지 못했던 중국도 현지 OTT 사업자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진입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 요인에 대한 깊은 분석이 뒤따랐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지도력이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넷플릭스 고유의 문화 등에 대한 분석도 꼼꼼히 이루어졌다. 어쩌면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잘 되는 집은 뒤로 넘어져도 무사하다)’처럼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두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로서 이야기하는 가입자 수 등등은 모두 넷플릭스가 OTT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영상 미디어는 기본적으로 방송망(network)에 묶인 사업자다. 지상파방송은 지상파란 특정 주파수 대역을 방송 전용망으로 사용해서 방송을 전달하는 사업자고, 케이블 방송은 동축 케이블을 방송 전용망을 통해서 방송을 전달하는 사업자다. 위성 방송 사업자는 특정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서 방송을 전달하고, 심지어 IPTV는 폐쇄 인터넷망을 방송 전용망으로 사용하는 영상 사업자다. 즉, 그동안 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승인 혹은 허가를 받아 특정 방송망을 설치하는데, 문제는 이런 망은 기본적으로 국가 기간망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해외 사업자가 경영권을 확보해서 실질적인 영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CJ헬로비전의 CJ가 아무리 욕심을 내더라도, 미국에서 유사한 케이블 방송을 할 수가 없고, 미국 제1의 케이블 방송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가 한국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송망을 설립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모든 영상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국내용이었다. 이 오랜 관례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 자체는 국가 기간망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은 복합망이다. 글도 올려놓을 수 있고, 오디오도 올려놓을 수 있고, 비디오도 올려놓을 수 있다. 이제는 남이 깔아 놓은 인터넷 망 위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별도의 방송망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인터넷이란 물리적 망 위에서 작동하는 영상 플랫폼을 만들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국경도 없는 인터넷 망의 이점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된다. 사고와 발상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 넷플릭스가 있다. 넷플릭스를 OTT(Over the Top)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TOP은 STB(Set Top Box, 이하 셋톱박스)를 의미한다. 지상파를 제외한 유료 방송은 별도의 셋톱박스를 통해서 고객과 만난다 우리가 시장에서 구매하는 TV에 지상파 수신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모니터와 TV를 구별하는 잣대가 바로 이 지상파 수신장치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TV는 지상파 수신 셋탑이 내재화된 영상 기기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영상을 동축 케이블 등을 통해서 주고받기 위해서는 보안 및 품질 표준이 있어야 하고, 이 부분을 셋톱박스가 해결해 준다. 이 셋톱박스를 넘어서서(over, 경유해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바로 OTT다 한때는 영상 서비스에 한정해서 OTT란 용어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허가받지 않고도 허가받은 사업자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체의 영역을 다 OTT로 통칭하기도 한다. 그래서 Uber 같은 경우에도 택시사업자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국가의 허가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OTT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인터넷이 이런 세상을 열었고, 그래서 OTT는 인터넷의 적자인 셈이다.

그러나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해서 모든 사업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에는 여전히 모뎀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조건에서도 넷플릭스를 볼 수 있어야 5천만 가까운 가입자를 모을 수 있는 것이다. 검색 최적화(SEO: Search Engine Optimization)처럼 네트워크 속도에 맞추어 끊김 없이 영상이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게으르고 관용적이지 못하다. 한참 잘 보고 있는데 영상이 멈추는 현상을 참아내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최적화 기술을 선보였다. 그것이 지금은 많은 OTT 사업자가 채택하고 있는 반응형 네크워크 기술(Adaptive Technology)이다. 네트워크의 속도에 맞는 최적의 영상을 제공하는 능력인 셈이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초고속 인터넷 이용자도, 모뎀으로 접속하는 개인도 영상을 끊김 없이 볼 수 있었다. 

인터넷은 여러 가지를 가능케 한다. 기존의 미디어는 가구형이었다. 셋톱박스를 통해서 해당 가구의 미디어 이용행태를 짐작해 볼 수는 있지만, 구성원 각각의 미디어 소비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은 IP 기반인데다, 로그인을 바탕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별로 무슨 콘텐츠를 이용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게 가능하다. 시청 데이터를 꼼꼼히 모아서 정리하면 개인형 맞춤 서비스도 할 수 있고, 이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넷플릭스의 추천 서비스도 역시 인터넷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고객 데이터를 모아서 콘텐츠 제작에까지 반영했다는 과장이 진짜처럼 들리는 것도 탁월한 데이터 능력 때문이다. 한 프로그램을 분류하는 방식이 7만개가 넘는다는 정보가 있을 정도다. 



결국 넷플릭스는 인터넷이란 기반위에 세워진 OTT란 물리적 조건을 가장 잘 활용한 사업자다. 수없이 많은 사업자들이 꿈을 꾸었지만, 제대로 된 사업으로 성장시키지 못한 반면에 넷플릭스는 인터넷이란 절묘한 기회를 잡았고, 그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확립했다. 리드 헤이스팅스의 통찰과 지도력, 그리고 기술력이 인터넷이란 물리적 공간속에서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훌루, 넷플릭스, 다이렉트 TV나우, 유튜브 레드 


인터넷은 21세기의 공기다. 누구나 공기를 마시고 살듯이 이제 온라인에서 자리 잡은 모든 사업자는 인터넷이란 물리적 공간을 공유한다. 인터넷이란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넷플릭스의 CEO만 알아챈 것은 아니다. 1997년 DVD 우편 대여로 시작했던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으로 VOD(Video On Demand,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영상을 원하는 시간에 제공해주는 맞춤정보서비스)를 시작했다. 유튜브(YouTube)는 2005년 시작해서 2006년 구글이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7년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훌루(Hulu)를 시작했고, 아마존 비디오(Amazon Video)도 2007년 온라인 영상 배포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소위 오늘날 대표적인 OTT 사업자들이 인터넷망을 통해서 영상을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실제로 구현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넷플릭스는 DVD 우편 대여로 시작했고, DVD의 절대 다수는 바로 영화였다. 그래서 넷플릭스의 VOD 서비스는 영화에서부터 시작된다. 유튜브 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스티브 첸(Steve Chen)은 UGC와 UCC라는 새로운 유형을 만들어냈다.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는 공간을 만들고, 그를 통해 연예를 할 수 있게 해 주자는 단순한 시도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동영상 포털이 된 것이다. 기존의 영상 시장이 소위 전문가들의 작품을 배포하는 것이었다면 유튜브는 일상의 개인들이 제작한 영상들을 공유하는 전혀 새로운 영상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다. 훌루는 유튜브의 불법 영상물에 대처하기 위한 수단의 일환으로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이 손을 잡고 만든 영상 플랫폼이다. 거칠게 정의하면 우리나라의 푹(pooq)과 거의 의도와 목적이 같았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존 비디오는 유료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점차 e커머스 사업의 프라임 서비스로 편입되었다. 

처음은 미약했다. 유료방송은 평균 100달러의 값비싼 서비스이지만 여가를 위한 대표적인 상품이었던 방송을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훌루, 유튜브, 아마존비디오 등 VOD 서비스라는 대안이 생겼다. 100달러의 값비싼 영상물을 소비할 것인지, 아니면 조금 수준이 떨어지긴 하지만 10불 내외의 서비스를 시청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선택은 항상 새로운 수요를 낳는 법이다. 밀레니얼 세대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떤 면에서 유튜브 정도도 충분할 수 있다. 그들은 굳이 100여 달러의 상품을 구매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그들에게 10여 달러짜리 영상 서비스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시장은 움직였다. 2016년 《Wall Street Journal》은 엑소더스(Exodus)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가 유료 방송시장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표현이다. 

유료 방송을 보지 않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코드 커팅(Cord Cutting)이나 코드 셰이빙(Cord Shaving) 혹은 코드 네버(Cord Nevers)란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코드 커팅은 유료 방송을 끊는 사람을, 코드 세이빙은 유료방송을 보되, 고급형을 포기하고 보급형을 선택하는 사람을, 그리고 코드 네버는 유료방송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 

크게 잡아서 수백만 명 정도였지만, 항상 성장하기만 하던 사업자가 어느 날 갑자기 손 안의 것들을 놓치기 시작하면 불안해 지듯이 소위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시장을 방어하기 시작했고, 넷플릭스 등 OTT 사업자들은 보다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낮은 가격의 서비스를 가진 사업자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소위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콘텐츠가 ‘오리지널 콘텐츠’란 이름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등장했고, 아마존 오리지널이 등장했고, 훌루 오리지널이 등장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위성방송사업자인 DirecTV는 DirecTV Now란 독립적인 OTT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전까지의 OTT 서비스가 유료방송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는 보완재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면, DirecTV Now는 100여개 채널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 대체재적 성격이 강하다. 시장이 OTT로 급격하게 이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넷플릭스와 한류


2016년 넷플릭스는 한국에 상륙했다. 요란법석하긴 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 벌어질 일을 판단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의 판단은 부정적이었다. 일단 넷플릭스가 보유한 한국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 절대적 판단의 기준이었다. 영상 시장에서 해외 콘텐츠는 불법 토렌트(P2P 파일 공유 프로그램) 서비스 등을 통해서 유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유료방송시장에서 해외 채널이나 해외 콘텐츠 서비스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소위 마니아들은 반응했지만 보수적인 국내 콘텐츠 시장 전체는 열광하지 않았다. 물론 넷플릭스도 국내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해서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상을 하기는 했었다. 그러나 숫자가 달랐다. 넷플릭스가 지불하려는 가격과 콘텐츠 사업자들이 받고 싶은 가격간의 격차가 최소 5배에서 많게는 10배에 이르렀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해외 시장에 나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넷플릭스는 수익 배분보다는 모든 권리를 갖길 원했다. 서로의 요구 조건이 다르니 거래가 성사될 리가 없다. 이런 와중에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꺼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그렇게 시장에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움직임이 달라졌다. 드라마 <맨투맨>으로 넷플릭스와 거래를 튼 JTBC의 사례를 살펴볼만 하다. 2016년 한국에 진출했을 당시와는 다른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된 것인데, 총 600시간에 이르는 다량의 콘텐츠를 넷플릭스에 제공하기로 하면서, JTBC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넷플릭스는 글로벌 방영권을 확보했다고 전해진다. 구체적인 거래 조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지만 통상적으로 넷플릭스는 판매 수익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 거래도 판권 가격만 지불했을 뿐 마켓 성과에 대한 수익 배분은 없을 것이라고 추정해볼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로 아직은 성장기에 있는 JTBC는 기존 지상파 방송사업자 대비 해외 시장 내 인적 네트워크가 약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설사 계약조건이 불리하더라도 일단 해외 시장에 이름을 알리고, 그 이후를 고민해 보자는 판단을 내렸지 않았을까. 진짜 이유가 무엇이든지, 이것으로 기존 콘텐츠 시장 내 주류사업자들의 공고한 연대가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앞으로 결과에 따라 다른 콘텐츠 사업자들도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자 할지도 모른다. 물론 해외에 독자적인 OTT 서비스를 하고 있는 지상파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지만 말이다. 해외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라면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사업자를 통해서 지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옥자>가 출시되고 나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일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일단 유입된 가입자 수를 어떻게 유지할 것이냐인데, 소위 빈지 뷰잉(binge viewing,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서 드라마 전편을 몰아서 시청하는 경향)을 이용하는 등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시장은 움직이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명도를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만 있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멋진 세상이 어쩌면 금방 올지도 모른다.

성명 : 조영신

약력 : SK 경영경제연구소,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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