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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Inside

는 되고 은 안되는 시즌제의 비밀(2017.04.21)

[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MBC <무한도전>이 7주간 재정비를 갖고 3월 18일 정규방송을 재개했다.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무한도전>이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고 있다.


시즌제가 차츰차츰 정착되고 있는 케이블과 달리 지상파는 사실상 시즌제가 전무하다. 그런 가운데 <무한도전>의 휴지기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도입 논의에 급물살을 타게 만든 것이다.



  

시즌제에 대한 논의는 우선 ‘시즌제란 무엇인가’, ‘시즌제가 한국 방송가에 과연 필요한가’ 로 시작돼야 한다. 시즌제는 미국 드라마, 일명 미드팬들에겐 익숙한 방식이다. 미드는 파일럿(Pilot)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시청률이 좋을 경우, 시즌 2~3로 계속 확장해 나간다. 예능 프로그램은 좀 다르다. 예능 프로그램은 오디션 프로그램, 서바이벌 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이 시즌마다 인기를 얻으면 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 드라마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이야기가 확장되는 반면 예능 프로그램은 포맷은 똑같은데 시즌별로 참가자들이 바뀌어 새로운 화제를 얻는 차이가 있다. 바로 이 차이가 미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 방향을 가른다. 


한국 방송가에서 시즌제는 케이블이 이끌고 있다. 지상파는 오디션 프로그램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시즌제가 없다. 드라마는 물론이거니와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KBS 2TV <해피투게더>와 <1박2일>이 시즌3란 이름으로 방송되고 있지만 시즌제가 아니다. 제작진이 바뀌고 포맷도 바꿨지만, 유재석 등 중심 MC는 그대로 둔 채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이름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지상파가 시즌제를 도입한 건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SBS 를 비롯해 <판타스틱 듀오> 등 오디션 혹은 음악 경합 프로그램만이 시즌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케이블 방송에서 시즌제는 CJ E&M이 주도하고 있다. tvN, Mnet, 올리브, 채널CGV, OCN 등 자사의 여러 채널을 통해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시즌제를 활발하게 이끌고 있다. tvN에선 KBS에서 이적한 나영석 PD가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청춘>, <꽃보다 누나>, <삼시세끼> 등으로 시즌제를 이어가고 있다. 백종원이 이끄는 <집밥 백선생>도 출연진을 바꿔가며 시즌3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올리브 채널의 장수 프로그램 <테이스티 로드>를 비롯해 <원나잇 푸드트립> 등 매 시즌마다 인기를 끌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일으킨 <슈퍼스타K>, 힙합 열풍의 진원지 <쇼 미 더 머니>, 푸드 배틀 프로그램 <한식대첩> 등도 매 시즌마다 꾸준히 화제를 얻고 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 활발하다. 한국 시즌제 드라마의 대표격인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15가 인기리에 방송되었다. 시즌4까지 방영된 <신의 퀴즈>, 시즌2까지 방영된 <뱀파이어 검사>, <처용> 등에 시즌2가 곧 제작되는 <나쁜 녀석들>까지 OCN에서 방영되는 장르 드라마는 인기를 얻으면 대체로 시즌2 제작이 이어지고 있다. 


왜 케이블에선 시즌제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반면 지상파에선 시즌제 도입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케이블은 시청자층이 명확하다. 좁다. 시즌제를 만들어도 고정 시청자층이 확실히 유지된다. 안정적이기에 다른 시즌에 들어가도 수익이 보장된다. 지상파는 시청자층이 넓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시청자층이 고르다. 모든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불가능에 가깝다. 시청률이 40%가 넘는 드라마는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무한도전>도 시청률이 10% 초반대에 불과하다. 시청자층이 넓다보니 인기를 끈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 지라도 섣불리 시즌제를 도입할 순 없다. 지상파는 명확하고 안정적인 시청자,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이 케이블에 비해 적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지상파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만 시즌제로 만들어지는 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만이 명확한 시청자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명확하고 안정적인 시청자층, 더욱이 트렌드를 이끄는 2030 시청자층이 있느냐 없느냐, 이 차이가 케이블과 지상파에서 시즌제 도입 여부를 갈랐다. 또한 이 차이가 지상파의 쇄락과 케이블의 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시즌제가 없어서 지상파가 쇄락하고 있고, 시즌제가 있어서 케이블이 도약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시즌제의 유불리를 떠나, 시즌제는 다채널 시대와 변화된 시청 환경에 더 적합하다. 100개가 넘는 채널 시대인 만큼 시청자층은 가늘게 쪼개지고 있다. 나이와 성별, 취향에 따라 각 채널별로 분산되고 있다. 방송 콘텐츠를 보는 방식도 단순한 TV를 통해서 보는 게 아니라 모바일과 스트리밍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런 방향점에 시즌제가 적합한 것이다. 시즌제는, 분화되고 있는 시청자층 중 특정 취향을 갖고 있는, 특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청자들을 고정한다. 시즌제가 도입된다는 것 자체가 고정 시청자층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즌제는 모바일 환경에서 시청하기에도 좋다. 최근 20대 이하 어린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쪼개보는 방식에도 적합하다. 화제가 된 부분을 몇 분가량 간략하게 쪼개보는 방식은 이미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젊은 시청자층의 방송 소비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 형식도 케이블과 지상파 간 차이를 낳았다. 통상 지상파 드라마는 월화, 수목 드라마 등과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로 나뉜다. 월화, 수목 드라마는 화제성이 강한 이야기와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배우, 작가 등이 투입된다. 방송 회차는 통상 20여회 안팎이다. 일일 드라마, 주말 드라마는 화제성이 덜한 이야기, 덜 인기 있는 배우, 안정적인 작가 등이 투입된다. 방송 회차는 통상 50여회를 훌쩍 넘는다. 

  

월화, 수목 드라마는 화제성이 강하고 상대적으로 광고 단가도 높기에 방송사와 외주 드라마 제작사에서 사력을 다한다. A급 작가에 A급 배우, 고정 비용이 상당하다. 이렇게 승부를 걸어도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성공한다 한들 시즌2를 제작하기에는 고정 비용이 훌쩍 뛴다. A급 작가는 S급으로, A급 배우는 S급이 된다. 성공이 불투명한 시즌2를 제작하면서 고정비용은 훨씬 많이 든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시즌제를 도입할 만큼 메리트가 없다. 드라마가 성공한다 한들 제작사와 방송사에 큰 수입이 돌아오지 않는 것도 시즌제 도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시즌2를 만든다 한들 외주 제작사가 편당 몇 십억원씩 제작비가 늘어나는 것도 아닐뿐더러, 방송사도 광고 수입 외에는 딱히 늘어나는 수입은 없다. 일일드라마, 주말 드라마는 워낙 긴 회차가 방영되며 그 안에 온갖 전개가 이뤄지기에 굳이 시즌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 일일드라마 한 시즌이 여느 드라마 시즌4개와 맞먹는 구성인 탓이다. 시청자층도 워낙 넓어 시즌제와 맞지도 않는다. 

  

케이블은 이런 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케이블을 대표하는 CJ E&M이 다 채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B급 배우에 신인 작가, 고정 비용이 적다. 채널별로 시청자층이 명확하니 드라마가 성공하면 다음 시즌 시청률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시즌제로 만들어져도 배우 및 작가에 드는 고정비용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케이블 드라마가 성공해도 배우든 작가든 B급이 A급이 되기란 쉽지 않다. 애초부터 S급들이 투입된 케이블 드라마인 <도깨비>가 시즌2를 기약할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어떤가.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만들어지려면 포맷이 명확해야 한다. 시즌이 거듭 되도 고정 시청자층에 더해 새로운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명확한 포맷에 참신한 인물들이 계속 투입돼야 한다. 익숙한 재미에 새로운 이야기로 활력을 더해야 하는 것이다. 

  

지상파에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만 시즌제로 살아남은 이유기도 하다. 명확한 포맷에 새로운 출연자. <1박2일>이 그나마 시즌제라고 이름 붙인 것도, 명확한 포맷에 출연자를 바꿨기 때문이다. MBC <진짜 사나이>도 마찬가지. 한편으론 <1박2일>과 <진짜 사나이>가 시즌제라고 하면서도 시즌과 시즌 사이 휴지기를 못 갖는 것도 지상파에서 예능 프로그램이 시즌제로 만들기 힘든 이유기도 하다. 잠시라도 쉴 경우 시청자층이 떠나간다. 케이블처럼 명확한 고정 시청자층이 없기 때문이다. 고정 시청자층이 두터운 <무한도전>마저 7주 휴지기를 갖는 동안 한국인이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 1위 자리를 JTBC <썰전>에 내줬다. 대체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동안 시청률이 뚝 뚝 떨어진 건 물론이다. 이 경우 광고 수입 악화는 피할 수 없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황금 시간대가 주말 오후로 특정화된 것도 악재다. 섣불리 장수 예능 프로그램을 뺄 수가 없다. 주중 심야 예능 프로그램은 이미 케이블과 종편에 잠식됐기에 주말 예능 버라이어티는 지상파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지상파에선 고정 시청자층을 특정할 수 없는 한, 시즌제 예능 프로그램 도입은 요원하다.  


그렇다면 시즌제는 선진 방송 환경을 위해 도입해야 하나. 경우에 따라 다르다. 방향점은 분명하나 어떤 콘텐츠냐, 어떤 채널이냐에 따라 다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시즌제는 다 채널, 시청 경로 변화에 적합하다. 시청 형태와 시청 환경이 점점 세분화되고 있는 만큼, 성공한 방송 콘텐츠는 시즌제 제작이 안정적이다. 




제작진에게 보다 많은 창작의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시즌제는 유리하다. <무한도전>이 제작진의 아이디어 고갈, 체력적 한계를 이유로 휴지기를 가진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사람을 갈아 넣어서 만드는 현행 제작 방식은 장수 프로그램이 될수록 필연적으로 고갈된다. 스타 제작진에게 전적으로 기대되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점들로 시즌제는 케이블에선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지상파는 넓은 시청자층 때문에 시즌제 도입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넓은 시청자층은 지상파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은 필연적으로 보수적인 경향을 띌 수밖에 없다. 고정된 형식에 변화는 최소화해야 한다. 넓은 시청자층은 고정된 포맷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 포맷에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면, 그 재미의 효용이 적용될 때까진 큰 변화를 가질 수 없다. 포맷이 주는 재미의 호용이 떨어지면 프로그램은 문을 닫는다. 이 패턴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생존 방식이다. 지상파는 케이블과 다른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지상파가 넒은 시청자층을 포기하면 지상파인 이유가 없어지는 법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포맷. 지상파가 정체성을 유지하며 시즌제를 계속 도입하는 케이블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이다. 


드라마도 케이블에선 시즌제가 계속 만들어지겠지만 지상파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에서도 지상파처럼 전 세대를 아우르면서 S급 배우와 S급 작가를 쓰는 드라마는 시즌제로 만들지 못할 것이다. 들어가는 비용 대비 얻는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 형태도 시즌제와 맞지 않다. 대개의 한국 드라마는 20회 안에 모든 이야기가 갈무리된다. 시즌별로 이야기가 확장되지 않는다. 대부분 사전제작이 아니라 매일매일 생방송처럼 드라마 대본이 나오는 방식이다 보니 이야기가 확장될래야 될 수도 없다. 처음부터 시즌제를 고려하고 만드는 드라마 자체가 적다보니 기획부터 시즌제를 염두하고 이야기를 조절할 이유도 없다. 배우들이 시즌제 드라마에 출연할 마땅한 이유도 없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배우들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 시즌제로 만들어지면 계속 출연한다는 계약 조건 자체가 없다. A급 또는 S급 배우들은 시즌제 드라마를 할 경우 캐릭터의 특정 이미지로 굳어지는 걸 경계한다. 성공한 드라마일 경우, 이미 CF로 충분한 수익을 냈는데 다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케이블이든 지상파든 드라마는 크게 성공을 거두는 작품일수록 시즌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더욱 적어질 것이다.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는 결코 시즌제로 만들어질 수 없다. 세계적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는 있는 게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번에 시즌 전체를 공개하는 넷플릭스 방식이 한국 드라마에서도 성공한다면, 시즌제에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아직까진 먼 이야기이긴 하다. 


  

예능 프로그램은, 특히 오디션이나 경합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은 과연 시즌제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MBC <무한도전>과 tvN <삼시세끼>에 답이 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와 <삼시세끼> 나영석 PD는 한국 최고의 인기 예능 PD들이다. 두 사람이 만든 예능 프로그램들이 한국 예능의 새로운 방향점을 제시해 왔다. 결론적으로 <무한도전>은 시즌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지금처럼 휴지기를 가질 수는 있지만 시즌제가 될 수는 없다. 김태호 PD로 대표되는 고정된 제작진, 고정되지 않은 포맷, 새로운 출연자에 대한 거부감, 지상파이기에 가지고 있는 넓은 시청자층과 대체할 수 없는 주말 시간대 등등 이유가 명확하다. <무한도전>이 덧셈의 프로그램인 탓도 크다. <무한도전>은 고정된 포맷이 없다보니 늘 새로운 기획을 더해야 한다. 더하기를 멈추면 필연적으로 쓰러지는 포맷이다.


나영석 PD의 예능은 반대로 뺄셈의 프로그램이다. <1박2일> 포맷에서 젊은 출연진을 빼고 노인들로 바꾼 게 <꽃보다 할배>였다. <꽃보다 할배>가 성공하자 출연진만 바꿨다. 다시 <꽃보다> 시리즈에서 여행을 뺀 게 <삼시세끼> 시리즈다. 산골과 어촌으로 장소에 출연진만 바꿨다. 고정된 포맷에 뺄셈으로 변주를 준다. 출연진도 바뀐다. 새 시즌이 화제가 적으면 구성원을 통째로 바꾼다. 케이블이라 시청자층도 명확할뿐더러 시즌이 바뀔 동안 대체 프로그램도 많다. 나영석 PD의 예능 프로그램이 계속 시즌제로 만들어지는 이유다. 

  

시즌제는 모든 한국 방송 콘텐츠의 미래는 아니다. 하지만 어떤 콘텐츠들의 미래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방송 콘텐츠들이 트렌드를 이끌 것도 분명하다. 방송 환경 변화와 시청 환경 변화, 무엇보다 트렌드를 이끄는 젊은 시청자의 선호 등이 시즌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방송 한류인 포맷 수출도 시즌제가 유리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늘 그랬듯이 먼저 변한 자가 살아남는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시즌제는 살아남을 것이다. 시즌제가 한국 방송 콘텐츠의 표준은 되지 않겠지만 중요한 형태가 될 것만은 분명하다. 


성명 : 전형화

약력 : 머니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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