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 게시요건 확인]
2007년 1월 9일, 애플의 최고경영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의 연단에 섰다. 여느 때처럼 검은색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인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사각형의 조그만 전자기기를 꺼내 들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제가 2년 반 동안 기대해 오던 날입니다. 때때로 모든 것을 바꿔버리는 혁명적인 제품이 나오죠.” 그 제품은 바로 아이폰이었다. 그해 6월 29일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시됐고, 한국에서는 KT를 통해 2009년에 선보였다. 혁명적인 제품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 조그만 기계는 정말 세상을 바꿔버렸다.
스마트폰 이전에도 인터넷 등장으로 이미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었다. 하나로통신이 1999년 4월 1일 세계 최초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불과 3년 만에 국내 초고속인터넷망 가입자가 1천만 명을 돌파했다. 이것만으로도 음반시장 붕괴, 만화대여점 고사, 게임리그 출현, 미니홈피 유행, 인터넷 카페를 통한 팬덤의 진화 등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아이폰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혁명은 초고속인터넷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제 어디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했다. 마침 하드웨어 기술도 발달해 조그만 스마트폰이 노트북급 성능을 자랑하게 됐고, 배터리와 메모리가 대용량화 됐으며,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등장했다. 한 마디로 말해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들고 다니게 된 것이다. 초고속망으로 책상 앞에서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휴대용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통한 상시접속’은 그야말로 핵폭탄급 위력의 대격변을 초래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메신저로 소통하고 SNS로 관계를 맺게 됐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떠올랐다. ‘라인’도 국제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휴대용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한 메신저이기 때문에 기존 피쳐폰 메시지에 비해 그래픽 표현이 자유로웠고 자연스럽게 캐릭터 이모티콘이 생겨났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캐릭터들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캐릭터 시장이 단시간에 수천억 원대로 성장했다.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메신저 캐릭터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이 흔히 목격될 정도로, 메신저 캐릭터들이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과거 ‘국진이빵’, ‘효리빵’처럼 인기를 얻은 스타들은 소비재 시장에 캐릭터 상품을 출시했었는데, 요즘은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스타 캐릭터가 출시된다. 메신저 이모티콘의 인기가 스타의 인기를 더 키우기도 한다. 송일국의 아들 민국이의 모습이 이모티콘으로 나와 해외에서도 관심을 모았고, 트로트 곡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끌어 역주행으로 화제를 모은 ‘백세인생’ 이모티콘은 원곡 가수인 이애란의 인지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휴대용 컴퓨터와 인터넷의 결합은 멀티미디어 스트리밍 서비스의 전성기를 초래했다. 유튜브는 세상의 모든 동영상을 서비스할 기세다. 과거 한국 연예인이 자신의 작품을 세계에 선보이려면 막대한 홍보, 유통 비용이 필요했지만 이젠 유튜브에 업로드만 하면 된다. 그래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 히트곡이 될 수 있었다.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한 1인 방송도 전성기를 맞았다. 일반인도 개인방송을 통해 스타가 되고, 기존 스타들은 세계의 팬들에게 자신만의 방송프로그램을 전한다. 스트리밍 채널로 송출되는 웹드라마, 웹예능도 발전하고 있다. tvN <신서유기>는 웹예능으로 시작해 일반 방송에까지 진출했다. 아이돌들이 웹드라마로 연기력을 다진 후 지상파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소비되는 경향이 강해지자 미국의 빌보드도 백기를 들었다. ‘강남스타일’이 엄청난 인기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밍 화제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집계 방식 때문에 1위를 못하자, 앞으로는 빌보트 차트에 스트리밍 부문을 반영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선 스마트폰을 통한 멀티미디어 감상 문화로 인해 기존 TV 시청률 집계가 무의미해지자, 화제성 집계 등 다양한 방식의 차트가 모색되고 있다. 음악계에선 초고속통신망 인터넷 혁명 후 MP3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젠 스트리밍 순위가 인기의 지표가 됐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노래를 인터넷을 통해 듣기만 하는 것으로, ‘내 것’이라는 개념이 없다. 스트리밍 시장 극대화로 인한 반발로 내 것이라는 느낌을 충만하게 주는 LP 시장이 다시 열리기도 했다.
카드뉴스 등 뉴미디어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 ‘5개월 만에 5백만 명’이라는 놀랄만한 성과를 이룬 스브스뉴스 - 출처 : 공식 페이스북
스마트폰 혁명 이후 전체적인 경향성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의 전면화다. 스마트폰을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잠깐잠깐 이목을 잡아끌 수 있는 콘텐츠, 이른바 ‘스낵 컬쳐’가 인기를 끌게 됐다. 웹툰, 웹드라마, 웹예능, 카드뉴스, ‘강남스타일’과 같은 B급 뮤직비디오 등이 모두 그런 예다. 시도 SNS시라는 짧은 형식이 인기다. 이런 경향성과 함께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났다. 뇌가 팝콘이 튀듯 순간적으로 터지는 것에만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깊이 있는 것, 느린 호흡의 작품 등이 사라져간다. 대하소설, 긴 노래 등의 몰락이다. 대신에 자극적인 B급 흐름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누군가는 걱정하고, 누군가는 낙관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흐름은 본격적 변화의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까지 할 정도의 문명사적 격변이 우리에게 닥쳐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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