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안드레이 단코(Andrej Danko) 국회 대변인은 검찰총장과의 회담 중 극단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근절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지난 총선 이후 의회에 입성한 극우 정당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발칸연구소의 김신규 연구교수와 극우 정당의 의회 입성 이후 슬로바키아의 정치 변화와 향후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Q1. 지난 3월 실시된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2016년 3월 치러진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 중도 좌익의 SMER(방향)-사민당이 28.28%의 지지로 49석을 차지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고, 중도 우익의 자유연대(SaS)가 12.1%의 지지로 21석, 일반시민(OĽaNO)이 11.03%의 지지로 19석을 차지했다. 또한 극우의 인민당(SNS)이 8.64%의 지지로 15석을, 초강경 극우세력이자 신-나치당으로 알려진 인민-우리슬로바키아(L'sNS)가 8.04%의 지지로 14석의 의석을 얻어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최초로 나치즘, 파시즘과 관련 있는 극우정당이 원내에 진출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보수주의, 반-정치를 표방하는 중도 우익의 우리가족(Sme-Rodina)과 헝가리계 유권자를 기반으로 하는 Most-Híd(교량)가 각각 6%의 지지로 11석을 차지했으며, 당초 2016년 총선에서 가장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중도 우익의 네트워크(SIEŤ)는 5.61%의 지지를 얻어 10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한편 1990년부터 계속해서 원내에 진출했던 기독민주운동(KDH)은 4.94%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쳐 5% 제한규정을 넘지 못해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모두 8개의 정당이 150석의 의석을 나누는 총선 결과는 이질적이고 원심적인 정당들 사이의 연정 구성 문제를 낳았고, 향후 슬로바키아에서 극우세력의 확장과 함께 EU 탈퇴 등의 굵직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도 열어두게 되었다.
Q2. 극우 정당이 슬로바키아 의회에 입성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16년 슬로바키아 총선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도 좌익의 쇠퇴와 중도 우익의 부상 그리고 무엇보다 극우정당의 급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파시즘을 추종하는 코틀레바(M. Kotleba) 주도의 L'sNS가 원내에 진출하게 된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또 다른 극우정당인 SNS의 경우는 지난 피초(R. Fico) 내각에 참여하면서 극우성향이 누그러지고 있는 반면, 그동안 정치계에서 철저히 무시되었던 L'sNS의 원내 진출은 슬로바키아는 물론 유럽 전체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L'sNS의 급부상 요인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L'sNS가 기존 정당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표출한 유권자들에게 단순하고도 확실한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들의 저항 투표를 유도했다는 점, 둘째,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하는 18-21세의 젊은 층 유권자 1/4의 지지를 얻는 등 젊은 층의 급진, 과격화를 유도하고 이용했다는 점, 셋째, 선거 기간 중 터진 집권 여당의 부패 스캔들, 넷째, 선거 기간 중 교육계, 의료계의 파업, 다섯째, 기존 정당 특히 집권 SMER-사민당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이민, 반-난민 아젠다에 집중함으로써 오히려 극우가 준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슬로바키아의 정치 문화가 여전히 민주적 가치보다는 인민주의에 의해 휘둘리고 있고 기성 정치계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극우세력이 급부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Q3. 기존 정당은 극우정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2016년 총선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까지 코틀레바와 L'sNS가 원내 의석을 차지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L'sNS의 약진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미 2013년 지방선거를 통해 코틀레바가 반스카-비스트리차 주지사로 당선되었을 당시에도 초강경 극우 집단인 L'sNS의 지지가 낙후된 지방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 절하되었었다. 그러나 2016년 총선에서 L'sNS가 8.04%의 지지로 14석을 차지하면서 기존 정당과 정치인들은 슬로바키아에서도 헝가리와 같이 초강경 극우세력이 제도권에 진입해 입법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국가적 방향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슬로바키아의 기존 정당들은 L'sNS의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주의, 반-EU, 반-NATO 주장을 제어할 적절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L'sNS는 자체 민병대를 조직해 치안이 불안한 기차의 객차를 순찰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 권력이 기생충(집시)들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자체적으로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의회에서는 L'sNS의 준-경찰력 행사를 국가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금지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L'sNS는 요지부동이며, 계속해서 기성 정당과 법체계를 넘어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L'sNS가 2016년 하반기 슬로바키아의 EU 의장국 임기 중 EU와 유로-존 탈퇴를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청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정당들은 L'sNS를 제어하기보다는 일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슬로바키아의 대외정책과 내무정책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법무부에서는 2006년 L'sNS의 전신인 형제당(Slovenská pospolitosť)을 불법화시킨 경험을 토대로, L'sNS가 폭력적 인종주의 활동 등의 네오-나치 정책을 추진하면서 위법 행위를 할 경우 이에 강경 대응하기로 결정했다.
Q4. 한편 극우정당은 자신들의 정치 활동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가?
L'sNS는 현대적 의미의 인민주의와 나치즘을 결합시킨 정당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공개적으로 집시를 기생충으로 언급하는 등 강력한 인종주의를 내세우면서 동시에 반-유대주의, 반-무슬림, 반-동성애를 표방하고 있으며, 역사적인 반-헝가리 정서를 이용하면서 헝가리계 민족에 대한 혐오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집권했던 나치 추종자 티소(J. Tiso)를 숭배하면서 그의 성직-파시스트 국가를 이상적인 국가 형태로 내세우고 있고 전체주의를 적절한 정치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코틀레바 스스로는 자신은 네오-나치주의자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홀로코스트에 대한 찬양과 폭력과 물리력을 통한 인종 정화 등을 주장하고 있어 네오-나치주의자 꼬리표가 붙어 다닐 수밖에 없다.
외교정책에서도 L'sNS는 반-유럽, 반-대서양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 NATO를 세계적인 폭력조직이라고 평가하고 EU에 대해서는 쥐꼬리만 한 구조기금을 주면서 슬로바키아를 자신들의 영향력 하에 두려는 식민주의자이자 점령세력이라고 비판하면서, EU와 유로-존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청원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L'sNS는 사회적 기생충(집시)으로부터 슬로바키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체 순찰대를 조직하여 활동하는 등 초국가적, 초헌법적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
Q5. 극우정당이 의회에 입성한 이후 슬로바키아 정계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나?
이번 총선은 슬로바키아 정당 체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인 과도한 유권자 변역성과 정당 유동성이 재현된 것으로, 이전까지 내각을 주도했던 중도 좌익의 SMER-사민당의 지지가 급락하고 신생정당과 초강경 극우정당이 부상하면서 정당 체제가 구심력을 잃고 파편화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공식적인 선거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이미 대통령 키스카(A. Kiska)는 정당을 배제하는 임시내각을 구성해 슬로바키아의 EU 순회 의장국 임기를 수행하고 곧바로 2017년 초반에 조기 총선을 치르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견해는 원내 8개의 정당 사이의 이데올로기적, 정책적 유사성을 거의 없기 때문에 내각을 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지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 피초의 SMER-사민당이 4개 정당을 규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들 사이의 구심력이 약해 언제이건 연정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정을 구성하는데 가장 먼저 고려한 사항은 L’sNS를 연정에서 배제시키는 것이었고 두 번째 고려 사항은 이전 내각에 참여했던 인민당과 중도 우익인 네크워크를 결합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원내 74석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연정구성이 불가능했다. 따라서 피초는 헝가리계 정당인 Most-Híd를 연정에 참여시켜, 85석으로 다수 내각을 조직했다. 여기에서 문제는 인민당과 Most-Híd의 관계이다. 인민당은 헝가리계 슬로바키아인에 대한 혐오를 내세우는 정당이고, Most-Híd는 헝가리계의 지지에 기반한 정당이기 때문에, 두 정당이 연정에 참여하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편 SIEŤ의 연정 참여에 대해서도 SIEŤ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즉, SIEŤ 지지자들은 반-피초 유권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SIEŤ가 피초가 주도하는 연정에 참여할 경우 지지를 철회하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결국 피초의 SMER-사민당 주도의 연정은 슬로바키아 정당 체제의 파편화와 원심적 경쟁으로 인해 극도로 불안정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Q6. 극우정당의 의회 입성 이후 슬로바키아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이고 있나?
총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는 반-나치주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 시위에는 약 4,000명이 참여했는데, 시위대를 조직한 시민단체 ‘나치 없는 브라티슬라바’ 측에서는 과거 히틀러 역시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권했고 그 결과 엄청난 파멸을 가져왔다고 강조하면서 코틀레바와 L'sNS의 급부상에 대해 경고하고 시민들에게 파시즘과 나치즘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를 알려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심지어 L'sNS의 주요 지지 기반인 반스카-비스트리차 주에서도 약 200명의 시위대가 L'sNS의 선거 승리를 비판하고 과거 슬로바키아에 있었던 파시스트 세력이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L'sNS가 급부상하게 된 것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발 즉, 저항 투표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단순히 코틀레바와 L'sNS를 비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성 정치계가 슬로바키아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 즉, 빈부 격차 해소와 교육개혁, 정치권의 부패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계속해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L'sNS와 같은 초강경 극우세력이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가뜩이나 민주적 가치보다는 당면한 문제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Q7. 극우정당이 의회에 입성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초강경 극우정당인 L'sNS가 의석을 차지하면서 기존 정당들의 자성과 더불어 기존 정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8년간의 SMER-사민당 집권을 통해 외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은 있었지만, 사회 안전망 붕괴되고 공적 제도 우회하는 부패가 만연하면서 기존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급락했다. SMER-사민당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슬로바키아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은 가상의 적(무슬림 인구의 대규모 유입)을 상정함으로써 극우가 준동할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또한 유권자, 특히 젊은 층은 사회적 불안과 소외감을 해결해 주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고 극우를 통해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사실 현재 슬로바키아 정치 상황에서는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도 없다. SMER-사민당은 일반적인 사민당과는 달리 분배정책을 우선하기보다는 오히려 민족주의, 보수주의, 관리주의, 현상유지에 매달려왔다. SMER-사민당의 지지층이 민족주의자, 보수주의자, 빈곤한 농촌 거주자였기 때문에, 전통적인 사민당의 분배정책보다는 이들이 극우의 선동에 넘어가게 하지 않기 위해서 극우의 레토릭을 차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던 것이다.
결국 공산체제가 붕괴된 이후 슬로바키아 정치계에는 정상적인 중도좌파가 존재하지 않았고, 중도좌파를 표방한 SMER가 극우의 레토릭을 수용하고 집시와 헝가리인에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는 SNS와 연정을 구성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정치 공학을 추진함으로써 L'sNS와 같은 초강경 극우세력의 레토릭이 정상적인 정치 활동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Q8. 슬로바키아의 극우정당의 의회 진출과 다른 유럽 국가의 극우화 양상과 비교해 본다면?
서유럽에서 극우가 등장하게 된 원인은 다양하다. 파시즘이나 나치즘에 기원을 두고 있는 극우,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라 경제적으로 소외된 자들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극우, 기성 정치 세력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면서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는 극우, 이민족, 이민자 유입에 따른 다문화주의 확산으로 정체성 위기를 인지하는 유권자들에게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를 주입시키는 극우 등 서유럽에서 극우가 성장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이처럼 서유럽 극우정당은 특정한 이념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성 정치 세력에 환멸을 느끼는 유권자들에게 보다 단순하고 명료한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반면 동유럽에서의 극우는 당초에는 자국에 거주하는 이민족, 특히 집시를 대상으로 한 인종주의와 역사적으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민족에 대한 강력한 민족주의를 내세워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EU와 NATO에 가입한 이후에는 두 기구를 경제적, 정치적 압제자로 비유하면서, 서방이 국제기구를 통해 자민족을 희생시키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무슬림의 대규모 유입을 강제하고 있다는 선전, 선동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유럽의 극우가 확고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정당 체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은 이들이 체제를 반대하는 반체제 정당이 아니며 서유럽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제들을 간단명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특히 서유럽 극우는 세계화로 인한 경제 통합과 경제침체로 인한 위기에서 자국민을 구하거나 또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동유럽 극우정당은 유권자와의 일체감이 비교적 약하기 때문에 선거 마다 그 부침이 상당히 심하다. 예외적으로 헝가리의 요빅(Jobbik)은 난민과 이민문제, 헝가리 정치계의 고질적인 부패 문제 등을 배경으로 계속해서 약진하고 있고 슬로바키아의 SNS가 반-집시, 반-헝가리 아젠다를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원내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동유럽의 극우는 준-군사조직과 연계되어 있거나 각종 폭력사건과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꾸준한 신뢰를 구축하지 못해 지속적이며, 확고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서유럽의 극우와 동유럽의 극우를 구분 짓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서유럽의 극우정당이 반-무슬림을 공통적인 아젠다로 내세우고 있는 반면, 동유럽 극우정당은 EU와 NATO 등 외세에 의한 자국의 착취와 희생을 주요 아젠다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의 L'sNS는 반-EU, 반-NATO, 반-기성 정치, 반-무슬림, 반-집시 이슈를 모두 포괄하면서, 기존 극우와는 달리 하나의 이슈에 집중하기보다는 포괄정당과 같은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매우 독특한 사례라 할 수 있다.
Q9. 극우정당이 지속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가? 또한 향후 슬로바키아의 정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2016년 L'sNS가 원내에 진출하기에 앞서 이미 슬로바키아 정당 체제에는 SNS라는 극우정당이 활동하고 있었다. SNS는 1992년 총선(15석), 1994년 총선(9석), 1998년 총선(14석), 2006년 총선(20석), 2010년 총선(9석), 2016년 총선(15석)을 차지할 정도로 이미 정당 체제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정당이며, 지난 2010년 이후 세 번의 SMER 주도의 내각에 참여해 주류 정치를 주도하는 정당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SNS는 내각에 참여한 이후로는 그동안의 초강경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주의를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지만, 여전히 집시, 헝가리인, 외국인, 무슬림에 대한 반대를 당론으로 삼고 있다. SNS가 강경 극우정당의 이미지를 벗자마자 등장한 것이 바로 L'sNS였다. 이미 2013년 지방선거를 통해 돌풍을 일으켰던 코틀레바는 2차 대전 당시 성직-파시즘에 기반하고 있던 티소를 추종하면서, 나치식 복장과 예식을 행하고, 민병대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인종주의적 행동을 일삼고 NATO와 EU를 제국주의적 폭력 단체이자 슬로바키아의 독립을 파괴하는 세력으로 간주하면서 공개적으로 양 기구의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SNS가 남겨놓은 초강경 민족주의, 인종주의의 빈자리를 L'sNS가 가 일시적으로 차지한 것에 불과하다며 L'sNS의 성공을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슬로바키아의 낙후된 정치문화와 좌-우 균열보다는 민족, 인종, 종교, 성을 둘러싼 균열이 더욱 두드러진 현실에서 오히려 중도 우익과 중도 좌익이 더욱더 강경한 민족주의 레토릭을 수용할 가능성이 많아지면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초강경 극우정당으로 평가될 L'sNS가 온건 극우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L'sNS의 성공이 일회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성 정치권이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각종 부패에 연루되어 있는 상황에서 현 정치권의 대대적인 개혁이나 혹은 이를 대신할 민주적인 대안세력이 등장하지 못한다면 당분간 초강경 극우정당인 L'sNS가 기세를 떨칠 것으로 예상된다.
Q10. 더 나아가 유럽 내 극우 세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는가?
극우 세력이 주변부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 유럽의 극우는 정치와 사회의 전면에 포진해 있다. 이미 서유럽에서는 극우가 각국 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이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마린 르 펜이 대선에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AfD가 2016년 작센-안할트 의회 선거에서 약진했으며, 네덜란드의 자유당은 총선에서 10.1%의 지지를 얻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자유당이 2013년 총선에서 21%의 지지를 얻었고, 2016년에는 N. 호퍼가 대선 1차 라운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핀란드 인민당은 총선에서 17.7%의 지지로 제2당으로 부상했으며, 스웨덴 민주당도 2014년 총선에서 12.9%의 지지로 49석을 차지했다. 덴마크에서는 인민당이 21.1%의 지지로 37석을 차지해 연정에 참여했으며, 그리스의 황금새벽당도 2015년 총선에서 제3당으로 급부상했다.
이처럼 서유럽에서는 극우세력이 정치권의 중심부로 이동하면서 이미 제도권 정치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서유럽 극우정당들이 민주적 절차와 법치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법적으로 이들을 억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연 도태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기에는 그 영향력이 너무나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난민수용을 둘러싼 EU 수준과 국내수준의 논쟁이 격화되면서 당분간 서유럽 극우의 기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동유럽의 극우는 서유럽의 극우와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자국에 거주하는 이민족은 물론 가상의 무슬림 유입을 둘러싸고 더욱더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미 정상적이고 법적인 방법을 통해 주류 정치계로 유입된 극우가 더 이상 세력을 확대시키지 못하게 하려면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서유럽의 경우 가장 먼저 무슬림이 수적으로나 반-유럽적 가치로 유럽을 점령할 것이라는 유럽의 ‘아라비아화’ 혹은 ‘무슬림화’로 요약되는 극우의 레토릭이 과학적, 현실적으로 전혀 근거 없으며, 오히려 유럽의 미래를 위해서는 비유럽 지역으로부터의 우수한 노동력의 지속적 공급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동유럽의 경우에는 대규모 무슬림 이민, 난민 유입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무슬림을 가상의 적으로 상정하는 극우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허구임을 정확히 알려야 할 것이다.
또한 주류 정치세력들은 기존의 보수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화합과 통합의 정치를 실현해야 하며, 부패와 소통 부재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서 소외된 일반 대중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보장할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서 소외된 ‘패자’들이 계속해서 극우에게서 자신들의 은신처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각국에서 ‘다문화주의 실패’가 언급되는 가운데, 어떤 부분에서 다문화주의가 실패했는지를 파악하고, 동화와 통합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주류 사회로의 무조건적인 동화와 통합은 이미 실패할 운명이었다. 따라서 이민족과 이민자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문화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대응이 지체된다면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에서도 불안한 미래에 희망을 던져줄 대안 세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유권자들이 극우의 비정상적인 레토릭에 계속해서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처 : EMERiCs - 운영기관(KIEP)]
[링크 :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interview.do?action=detail&brdno=110&brdctsno=2053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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