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트럼프는 보호주의, 고립주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주둔 비용을 각국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루마니아, 폴란드 등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위와 관련하여 한국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의 김철민 교수와 미 대선 이후 중동부유럽 안보 상황 변화 전망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했다.
Q1. 지난 우크라이나 사태를 기점으로 오바마 2기 행정부는 NATO와 EU를 필두로 중동부유럽에 대한 영향력 구축 정책을 본격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것은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신 냉전’ 가속화를 불러 온 배경은 무엇인가?
18세기 근대화와 영토 확장을 표방한 피터 대제 이래로 러시아에 있어 중동부 유럽은 ‘전략적 이해 영역’이자, 중요한 ‘완충지대’로 간주되어 왔다. 따라서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 전환 이후 확대된 EU와 NATO의 중동부 유럽으로의 확대 정책은 러시아로 하여금 심각한 고민과 위기의식을 불러왔다. 냉전 종료 이후, 미국, NATO, EU 그리고 러시아 간 관계는 한동안 일련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9.11 테러 이후 국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당시 체첸 등 여러 지역 테러로 어려움을 겪던 러시아로 하여금 반(反)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에 기초한 미국과 EU, 그리고 NATO와의 상호 이해관계 구축과 발전이 자국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인식확대를 불러왔다. 이후 양측은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1999년 코소보(Kosovo) 내 민족 갈등 당시, NATO군이 자국의 주요 이해국인 발칸반도의 세르비아를 무차별 공격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기력하게 지켜보아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인들은 미국, EU와의 상호 관계 구축이 실질적으론 중동부유럽 지역에 있어 러시아의 세력 약화만을 불러온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푸틴이 냉전 시기와 같은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표방하며 등장하자 상황은 반전되게 된다. 러시아 재건을 견제하려는 EU는 NATO와의 관계 강화를 더욱더 모색하게 되었고, 이것은 오늘날 중동부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대두되는 NATO, EU대(對) 러시아 간 일련의 부정적 긴장 관계 확대 및 재생산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Q2. 그렇다면 중동부유럽 지역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의 본격적인 갈등 확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으며, 당시 중동부유럽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판단 배경은 어디 있었다고 생각하나?
NATO, EU 대(對) 러시아, 양측 간 불신과 갈등의 본격적인 시작에 대해선 지난 2010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때 이후로 러시아는 앞서 언급한 전통적 전략 지역들로의 영향력 확대를 공공연하게 주장하였으며,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러시아가 2010년을 전후로 에너지 재원을 통해 국력을 완전히 회복하며 자신감을 확보해 가던 반면, 이 무렵 미국과 EU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세계적 투자 은행인 리먼 브러더스 파산(2008년) 여파와 이후 대두된 유로존(Euro zone) 위기 속에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경제 부활, 반면 미국과 EU의 경제적 어려움 증대는 러시아로 하여금 강한 러시아를 향한 본격적 움직임에 동력을 제공해 주게 된다. 두 번째 2010년이 중요한 해라는 배경에는 2010년 11월 ‘리스본 NATO 정상회담’에서 회원국 확대와 NATO-EU 간 관계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신전략개념(New Strategic Concept)’이 수립된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로 하여금 더 이상 NATO, EU와의 긍정적 긴장 관계 수립이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하였다고 할 수 있다. 셋째, 2010년 미국과 NATO는 부활을 본격화하려는 러시아를 억제하기 위해 중동부 유럽 내 MD (Missile Defence) 시스템 구축을 상호 합의하게 된다. 러시아의 반발 속에 결과적으로 이 합의는 중동부 유럽을 러시아와 NATO 간의 새로운 ‘신(新) 냉전(New Cold War)’ 무대로 대두시킨 배경이 되었다.
Q3. 러시아가 중동부 유럽 지역을 자신의 중요한 이해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면, 러시아 외교 정책 차원에서 중동부 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는 무엇인가?
국제사적으로 볼 때 러시아 외교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범주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첫째, 19세기 ‘서구주의’와 ‘슬라브주의’의 양분법 논쟁이 오늘날에는 ‘대서양주의’와 ‘유라시아주의’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러시아가 미래 외교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중국과의 연대 고려 등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둘째, 러시아가 자국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어, ‘세계 역할 국가’를 다시 도모할 것인지?, 혹은 ‘단순 지역 강국’ 역할에 충실할 것인지? 라는 문제이다. 체제 전환 이후 러시아는 한동안 EU 편입 노력 및 NATO 협력 강화를 통해 ‘단순 지역 강국’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다. 하지만, 2010년 이래로 러시아는 더 이상 EU와 NATO의 동진을 허락하지 않고 중국과 연대 된 ‘세계 역할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셋째, 앞서 논쟁과 연결된 ‘외부 위협의 인식과 수준에 관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체제전환 이후 한동안 EU와 NATO 동진의 허락 여부를 가지고 고민하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로의 EU 동진 정책 추진에 반발한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은 그 고민을 완전히 종결지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냉전 시대의 영광 재현을 꿈꾸는 러시아는 중동부 유럽 지역에 있어 현재 세 군데 ‘이해 지역’으로의 전략적 영향력 확대를 추진해 나가고 있다. 첫 번째 영향력 확대 지역으로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전략적 핵심지역인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들 수 있다. 이것은 NATO와 EU ‘동진 정책’에 대한 러시아의 마지막 교두보 및 저지선을 의미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발트 3국을 비롯해 폴란드, 루마니아 등 역사적, 정치적인 이유로 반(反)러시아적 성향이 강하거나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로의 영향력 확대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의 ‘서진 정책’을 위한 ‘완충지대’ 확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러시아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새로운 에너지 보급선 구축에 필요한 흑해 연안과 발칸 반도로의 ‘남진 정책’을 통한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교두보 확보 전략을 들 수 있다.
Q4.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중동부유럽을 경계로 신 냉전 하 구도가 보다 심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양대 진영의 갈등 상황과 함께 중동부 유럽의 현재 안보 현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1990년대 본격화된 체제 전환 이후로 중동부유럽 지역은 EU,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간 합의를 통해 양측 간 중요한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해 왔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동부 유럽을 둘러싼 NATO, EU 대(對) 러시아 간 영향력 확보 다툼과 긴장 관계 지속으로 이미 그 역할은 끝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의 평가를 의미한다. 특히 2013년 말 이후로 우크라이나 정치 변동에 따른 EU의 동진 정책 본격화는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군사 개입과 크림 반도 장악으로 이어졌고, 이후 양측 간 파워게임(Power Game) 등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되어 왔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양대 진영 간 군사 훈련 확대 등 여러 갈등이 확대되고 있는데, 2016년 올해에만 대두된 양대 진영 간 갈등의 대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발칸 지역의 몬테네그로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로의 NATO 확대 가속화를 들 수 있다. 2016년 5월, NATO는 러시아와 중국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몬테네그로를 29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하였다.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함께 러시아의 중요 전략 국가로, 이번 가입은 러시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NATO가 동유럽으로의 확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사례로는 러시아를 겨냥한 루마니아 MD기지 건설과 폴란드 기지 착공을 들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NATO의 동진 정책은 중동부 유럽 회원국 수 증대와 더불어, 이들 지역으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 저지 정책과 맞물리며 진행되어 왔다. 미국이 주도하는 NATO의 동진 정책은 중동부 유럽 회원국 수 증대와 더불어, 이들 지역으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 저지 정책과 맞물리며 진행되어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로 중동부 유럽 내 MD 시스템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실제, 미국은 2016년 5월 대공 미사일 방어 정책인 MD 시스템의 첫 번째 기지를 루마니아 데베셀루(Deveselu) 공군 기지에 세우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동년 5월 13일 폴란드의 레드지코보(Redzikowo) 공군 기지(발트 해 인근)에서 2018년 전력화를 목표로 한 MD 기지 건설 공사 착공식 또한 열었다. 중동부유럽 국가 중 폴란드는 루마니아와 함께 반(反)러시아, 친(親)서방 정책을 공공연하게 펼치고 있는 대표 국가들로, 미국은 이들을 활용해 러시아에 대한 MD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현하려 하고 있다. 셋째로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로의 NATO군의 직접 병력 파병을 들 수 있다. 지난 2014년 이후로 러시아는 NATO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親)러시아 반군에 대한 물적, 군사적 지원을 공공연하게 이어 오고 있으며, 발트 해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과 무력시위를 추진 중에 있다. 이에 NATO는 작년에 이어 2016년에도 냉전 종식 이후 유럽 내 최대 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NATO는 본격적인 전력증강 가시화를 선언하였는데, 2015년 6월 NATO 국방장관 회의에서 회원국 방어를 위한 신속 대응군 규모를 증대하고, 위기 발생 시 즉각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더욱 견고하게 갖추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7월 바르샤바 NATO 정상회의에서 NATO는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 대한 대규모 병력 파병을 결의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오바마 행정부 하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압박하려는 미국 등 서방의 전략은 보다 구체화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과 군사 대응 또한 점차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Q5.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중동부유럽 국가들을 비롯해 NATO 회원국들이 자국의 안보를 미국의 지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언급해왔다. 미국이 중동부유럽 안보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이며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중동부 유럽 안보와 관련된 전략 핵심은 NATO의 전력 증강과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미 수차례에 걸쳐 NATO 회원국은 미국의 의견을 받아들여 각 회원국의 국방비 증액을 결의하여 왔다. 여기에는 자국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지출하기로 합의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더불어, 지난 2016년 7월 바르샤바 NATO 정상 회담을 통해 회원국들은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MD 시스템, 즉 스페인에 배치된 이지스함과 루마니아 미사일 방어 기지 등의 통제권을 NATO가 갖는 방안을 승인해 주었다. 하지만, 여기에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관련한 미국의 고민이 담겨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약 1조 달러 규모인 NATO 전체 방위비 지출액의 72.2%를 미국이 맡고 있으며, 게다가 각 회원국 국방비를 빼면 순수 NATO 예산은 연간 3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한 상황을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 지난 5년 동안 러시아는 방위비 지출을 50% 늘려온 데 비하면 이 비용은 무척이나 낮은 수치에 불과하다. 그런 가운데 NATO 회원국들은 러시아와 비교해 오히려 20%를 감축해 왔으며,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게 떠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NATO 정상 회담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자면, 2015년 기준으로 국방비에 미국은 GDP 대비 3.6%를, 영국과 폴란드는 2%를 넘게 지출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1.8%, 독일은 1.2%만을 쓰고 있다. 폴란드 또한 2014년 NATO가 합의한 국방비 2% 선을 넘지 못했지만, NATO와 러시아 간의 긴장 관계 확대로 2015년에는 전체 GDP 중 2.18%를 국방 예산으로 책정하였고, 이 중 31%를 방산 관련 새로운 무기 도입에 소모하기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트럼프는 계속해서 NATO를 향한 미국의 대규모 군사비 지출 문제를 주요 이슈로 언급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Q6. 그렇다면 이번에 새롭게 당선된 트럼프가 내놓는 전략 중 중동부 유럽과 관련된 핵심적 내용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중동부유럽과 관련된 트럼프 전략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다음 두 가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첫째는 중동부유럽의 방위가 진정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그리고 두 번째는 미국이 중동부유럽 등 유럽의 방위를 위해 앞서 질문에 대한 답변처럼 NATO에 투여되는 ‘재정 부담 필요성 논쟁’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NATO 가입국 등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을 이용해 각 국이 부담해야 할 적정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채 안보 혜택만을 누려 왔다는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왔다. 실제, 트럼프의 이러한 시각은 지난 7월 20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러시아가 NATO 회원국인 중동부유럽, 즉 발칸의 회원국들을 공격할 경우 미국은 지원에 나서야 하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후보는 “미국에 의무를 다하는 국가에만 지원할 것”라는 원론적인 말로 지금과 같은 일방적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미국 국익 우선주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더불어, 2015년 12월 MSNBC와의 인터뷰에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개입에 대해 미국의 반응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언급과 함께, 관련국인 폴란드 등 유럽 내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좀 더 적극적으로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며, 자신이 이것을 유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이를 통해 보더라도 트럼프 당선인은, 오랫동안 미국이 자신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왔던, 중동부유럽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약화 시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NATO 재정 지원에 있어서도 미국의 지분을 일정 정도 감소시켜 나가는 ‘신(新) 고립주의 전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Q7. 그 동안 제기된 트럼프의 주장들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중동부 유럽 지역의 안보와 이 지역에서의 미국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만약 중동부유럽과 NATO 전략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들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유럽의 안보 전략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롭고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당장, 2016년 7월 미국은 NATO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한 러시아와의 국경 지역, 즉 폴란드를 비롯해 발트 3국으로의 4,000여 명 약 4개 대대 규모의 병력 배치를 결의했는데, 이 결정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의문을 낳고 있다. 2017년 파병을 전제로 구성될 4개 대대는 장갑차 같은 이동 장비를 갖춘 보병대로 미국과 캐나다, 영국, 독일이 각 1개 대대씩을 지휘하기로 했으며, 이중 미국은 폴란드에 약 1,000명, 영국은 650명, 독일은 500명 파병을 결의했다. 이 약속이 지켜질지, 그리고 그 전개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향후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의 중동부유럽 지역 및 유럽 안보 관련 주요 정책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지금 예상대로 트럼프가 푸틴과의 관계 복원을 보다 구체화하게 될 경우, 중동부유럽 및 중동 지역과 관련된 러시아의 목소리가 보다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부유럽에서의 갈등 및 시리아 등 중동 지역과 관련된 트럼프와 푸틴의 시각적 일치가 향후 보다 구체화된다면 이들 간의 ‘브로맨스’로 인한 국제 역학 구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는 선거 기간 동안 러시아에 힐러리 후보의 삭제된 이메일 관련 러브 콜을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으며, 이미 여러 차례 연설에서 “러시아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러시아와의 긴장 완화와 관계 진전을 희망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와 크림반도 장악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경제 제재 조치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여러 차례 NATO가 러시아의 이권 및 이해 영역을 침해하였고, 이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관련 대응을 하였음을 강조해왔다. 러시아가 NATO와 중동부유럽을 넘어, 자국의 주요 완충 지대이자 이해 영역인 우크라이나 등 과거 위성 국가, 그리고 이번 5월 NATO에 가입한 몬테네그로 등 발칸반도로의 영향력 확장을 반발해 온 것만큼 향후 미국의 NATO와 중동부유럽에서 영향력을 축소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Q8. 위 질문에 이어서, 그렇다면 향후 NATO를 축으로 했던 중동부 유럽의 안보 전략은 어떤 도전을 받게 될 것인지? 이와 함께 향후 중동부 유럽의 안보 상황을 전망한다면?
냉전 시기 서구 진영 수호를 위한 ‘군사동맹체’ 역할에 충실했던 NATO는 중동부유럽 국가들의 체제 전환과 중동부유럽 확대를 계기로 ‘국제적인 집단 안보동맹 체제’로의 발전을 추진해 왔다. 더불어, 2010년 11월 리스본 정상 회담을 통해 채택된 ‘신전략개념’, 즉 ‘깊숙한 개입과 스마트한 방위(Deep Engagement and Smart Defence)’를 기초로, NATO는 UN을 대신해 전 세계적인 안보와 평화 구축을 책임질 ‘글로벌 안보 거버넌스의 핵심 기구’로써 발전해 나갈 것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이러한 전략은 크게 수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 예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회원국 내 ‘NATO 존속과 정체성 위기 논쟁’이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NATO는 냉전 종결과 사회주의 블록 해체로 인해 NATO 존속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대되어 왔었다. 하지만 미국은 1995년 보스니아 내전에 NATO를 참여시켜 최초의 역외 활동을 성공리에 마쳤고, 1999년 코소보 전쟁 개입을 통해선 NATO의 기존 ‘방어 전략 개념’을 ‘공격 전략 개념’으로 전환시키는 데도 성공하였다. 이후 국제 사회에선 미국이 개입하는 국제분쟁에 NATO가 미국의 국익을 위해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갔고, 이번 중동부 유럽을 둘러싼 러시아와의 ‘치킨 게임’ 또한 NATO의 새로운 역할 찾기를 위한 미국의 대외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었다. 실제, NATO를 ‘글로벌 안보 기구’로 확대 발전시키고자 하는 미국, 영국과 달리, 동유럽에서의 긴장 상태 지속을 바라지 않는 그리스와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은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 오히려 유럽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하며 NATO가 유럽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러시아와의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미국이 지금과 같은 규모로 NATO 증대를 위한 병력과 돈을 댈 것인가? 라는 현실적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중동부유럽 영향력 재탈환을 향한 러시아의 군비 확대와는 달리 2015년 예산을 통해 보더라도 영국과 독일 등 상당수 회원국들은 군비 예산을 축소하는 등 NATO 회원국 군비는 그리 크게 늘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2015년 10월 안보 전략을 논의하는 NATO 의원 총회에서 NATO가 새로운 안보 도전과 위기에 직면해 있어 장기적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동맹국들의 예산 증액이 반드시 불가피하다는 점이 강조되기도 했다. 실제, NATO는 회원국들이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쓸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미국과 영국, 폴란드, 그리스, 에스토니아 5개국뿐이며, 벨기에, 룩셈부르크, 헝가리, 스페인 등은 심지어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7월에 발표된 NATO 자료에 따르더라도 러시아와의 긴장 관계로 2015년 이후 NATO 회원국들의 예산이 이전보다는 다소 증액되었지만, 2016년 미국은 3.61%, 그리스 2.38%, 영국 2.21%, 에스토니아 2.16%, 폴란드 2%로 이들 5개국만이 NATO의 가이드라인인 2%를 넘겼으며, 프랑스(1.78%)를 비롯해 나머지 회원국들은 여전히 2% 아래로 예산을 책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것은 유럽 경제 어려움과 별도로 미국과 일부 회원국을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회원국이 러시아를 큰 위협으로 보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겠다. 세 번째로는 우크라이나의 미래 문제라 할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NATO와 EU 가입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가장 강력한 전략적 이해 지역이라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향후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의 완충지대로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다. 과거 역사를 통해 반추해 볼 때 이러한 판단은 그 인접 국가인 중동부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EMERiCs - 운영기관(KIEP)]
[링크 : http://www.emerics.org/cee/column_interview/interview.do?action=detail&brdctsno=2023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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